보험금 매년 늘지만…중도해지 땐 손실 커

입력 2021-08-31 15:31
수정 2021-08-31 15:35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던 A씨는 최근 설계사의 권유로 ‘체증형 종신보험’으로 갈아탔다. 담당 설계사는 보험금이 매년 5%씩 늘어나기 때문에 20년이 지나면 2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 A씨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만 2970만원에 달했지만 해지에 따른 환급금은 고작 472만원에 불과했고 향후 예상 보험료 운용수익률인 ‘예정이율’도 기존 연 3.25%에서 연 2.25%로 오히려 1%포인트나 낮아졌다. 가입 시점의 예정이율이 낮을수록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처럼 체증형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체증형 종신보험이란 사망보험금 지급액이 전 기간 동일한 일반 평준형과 달리 가입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보험금이 증가하는 상품이다. 물가 상승으로 보장자산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지만 보험금 증가분이 반영돼 보험료가 평준형보다 비싸고, 주로 무·저해지형으로 판매되고 있어 중도해지 땐 금전적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체증형 종신보험은 지난 1분기 전체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의 22.2% 비중을 차지해 전년(16.9%) 대비 5.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체증형 종신보험 가입 권유 시 매년 사망보험금이 올라간다는 측면만 강조되고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 등은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심지어 동일한 설계사로부터 사망보험금 가입 금액만 낮춰(3억6000만원→6000만원) 같은 유형(저해지형·체증형)의 종신보험에 재가입하도록 유도한 악의적인 사례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고 보험 가입금액만 줄이면 보험 기간과 보험금 지급 조건의 변경 없이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감액완납제도가 있는데도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사업비를 중복 부담하는 등 고객에게 거액의 손실(1628만원)을 끼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