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리셀시장 독주 체제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나이키매니아(법인명은 나매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80억원에 네이버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30일, 패션업계 사람들은 “네이버의 공세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지난해 4월 스니커즈 리셀(재판매)을 중개하는 ‘크림’을 선보이고 발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3개월 뒤 패션플랫폼 무신사도 ‘솔드아웃’을 통해 리셀 시장에 가세했다. 선발주자인 크림은 이번 나매인 인수를 통해 리셀 시장에서 압도적 1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무신사 등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리셀 시장 1강 굳히기 들어간 크림크림은 지난 26일 나매인 지분 100%를 80억원에 인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너지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나매인은 2004년부터 국내에서 리셀 시장을 개척한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를 운영하는 법인이다. 이날 기준 가입자 수는 102만9216명이다. 한정판 신발을 주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중에선 국내 최대 규모다. 나이키 등 고가의 한정판 신발을 회원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네이버가 나매인을 인수한 건 플랫폼의 제1 조건인 ‘사용자 확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크림의 이용자 수는 약 45만 명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크림은 나매인의 콘텐츠 가운데 스니커즈 리셀에 특화된 내용을 제공받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리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기업이 눈독 들이는 리셀 시장현재 한정판 신발 리셀 시장은 네이버와 무신사가 양분하고 있다. 크림과 솔드아웃 모두 가품을 감별하는 전문가를 두고 이용자의 거래를 돕는 역할을 하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리셀 시장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까지 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1020세대가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고가 브랜드와 한정판 스니커즈를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사고파는 행위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한정판 신발 리셀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네이버가 공격 행보를 취하면서 2위 주자인 무신사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다음달 대규모 앱 개편이 있을 예정”이라며 “사용자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대기업인 네이버와 대형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 중인 무신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중소 리셀 플랫폼들은 고사 직전이다. 중소업체 엑스엑스블루는 “대기업들이 ‘수수료 제로’를 앞세우면서 리셀 시장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며 사업을 종료했다.
일각에선 크림의 나매인 인수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원들 사이에선 “모두가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사고파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이용자는 ‘나이키_매니아’라는 새 커뮤니티를 만들어 카페 탈퇴를 유도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크림 입장에서는 회원 일부가 빠져나가더라도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