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공공기획 재건축’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호 사업장인 송파구 오금동 오금현대 주민들이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고 임대 비율이 높다는 이유 등으로 반발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는 지난 20~25일 공공기획을 도입한 오금현대 재건축사업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안의 주민공람을 마친 뒤 다음달 1일 이 안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 송파구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 공람 기간을 한 달 이상 연장해 주민 의견을 추가로 듣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민간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입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인허가 과정을 단축시켜주는 제도다. 2019년 도시건축혁신 시범사업의 하나로 처음 도입됐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6대 재개발 규제 완화책’ 중 하나로 재개발에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해 통상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이 걸리던 것을 2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공공기획 재건축 1호 사업지로 꼽히는 단지가 오금현대다. 1984년 준공된 이 단지는 1316가구로 이뤄졌다. 201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다. 2019년과 지난해 3월 연달아 재건축정비구역 지정이 보류되면서 사업이 멈춰있었다.
오금현대 주민 사이에선 공공기획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기획이 반영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사업지 일부의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최고 37층, 24개 동, 2625가구를 짓게 된다. 이 중 541가구(20.6%)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되고, 단지 내에 공공 통행로와 공공 커뮤니티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이재필 오금현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부분의 주민이 사전에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공공기획 관련 협의나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공람기간을 6일만 주는 졸속 행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공람기간에 구청에 제출된 주민 반대 의견서가 약 800장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에 제출할 반대 탄원서 1100여 장도 모은 상태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공공기획의 성과를 내기 위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는 등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공기여에 대한 거부감이 큰 재건축은 공공기획 도입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이고 속도를 내주는 대신 공공기여를 늘리는 등 공공기획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재건축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강남권 재건축 주민 사이에선 오금현대 사례와 마찬가지로 공공기획에 대한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