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영업자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닌가"

입력 2021-08-30 17:24
수정 2021-08-31 00:35
서울 북촌에서 이탈리안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사장(42)은 요즘 오후 3시면 퇴근한다. 최근 취재차 만났을 때 그는 가게 문을 걸어 잠그며 “손님이 하루 10명 미만이라 전기요금을 내며 가게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적자 영업을 대출로 때우면서 버텨 왔는데 이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까지 높아질까 두렵다”고 했다. 손님이 없어 어둠 속에서 치킨을 튀기는 호프집 김모 사장(38)도 있다. “그나마 있는 주문도 대부분 배달이라 저녁까지는 냉장고와 가게 조명을 켜둘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후 만난 자영업자들은 “반복되는 코로나19 규제 발표에 ‘대출 옥죄기’와 금리인상까지 겹쳐 미래 계획 수립은커녕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거리두기 규제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4단계를 7주째 적용하고 있다. 저녁 ‘대목’에 두 명을 초과해 손님을 받을 수 없고, 9시 이후엔 장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누가 봐도 자영업자들에겐 가혹한 처사다. 이런 마당에 금리인상까지 결정됐으니,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어둠이 대체 언제 끝날지 암담할 따름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려는 방역당국의 의도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실제로 최근 식당·카페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K방역’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지금과 같은 희생을 강요하는 게 과연 용납될 수 있는 것인지,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돌이켜보면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줄곧 자영업자를 1순위 희생양으로 삼아 왔다. 영업시간 단축, 매장 내 취식 금지 및 거리두기 준수 등 코로나 확산기 때마다 기계적으로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 그랬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이 나라 국민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올 들어서만 14차례 거리두기 단계를 연장했지만, 확산세를 저지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회의감은 커져가고 있는데,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을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해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7만4000명으로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서 있음을 드러내는 명징한 숫자다. “자영업자를 그저 희생양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들의 절규에 정부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