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가 다음 운행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기시간 중에는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대기시간을 모두 노동시간으로 봐선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버스 기사 A씨 등 6명이 버스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 등은 2016년 “버스 운행 사이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버스 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전까지 식사·휴식을 하기도 하지만 배차표 반납이나 차량 청소·점검 등 업무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급심은 원고 측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1·2심 재판부는 “차가 막혀 운행이 지체되면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대기시간에 버스 청소나 차량 검사 등이 이뤄져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며 “버스회사가 원고들에게 165만∼668만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대기시간 중에는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는 시간도 포함돼 있다”며 “대기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봐선 안 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이 대기시간에 식사하거나 별도의 공간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등 휴식을 취했고, 다른 버스 기사들도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이라고 불러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1일 평균 버스 운행시간은 8시간이지만 계약상 근로시간은 9시간으로 합의했다”며 “회사가 대기시간 중 일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도 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간섭하거나 감독할 필요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이동원 대법관은 진보 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김명수 대법원’에서 보수 성향의 법리를 보이는 판사로 평가된다. 특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 △이재명 경기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등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미스터 소수의견’으로도 불려왔다. 지난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댓글조작’ 사건에 유죄를 확정한 것도 이 대법관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