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동부유'와 선명성 경쟁, 그리고 포퓰리즘 [특파원 칼럼]

입력 2021-08-30 15:54
수정 2021-08-30 16:01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민간 영역 전반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규제 조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반독점 감독, 최근 나온 사교육 전면 금지 등의 목적지도 결국 공동부유로 귀결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는 최근 10차 회의를 열어 공동부유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 등 실행 방안도 내놨다.

중앙재경위는 군사위, 안보위 등과 함께 시 주석이 위원장을 맡은 공산당의 핵심 조직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앞으로도 모든 경제 관련 정책을 공동부유 기조 아래 놓을 계획이란 것을 읽을 수 있다.3연임 앞두고 강조되는 공동부유글로벌 투자자들은 증시 상장 직후 국가안보 조사를 받은 디디추싱, 사교육 업체의 비영리기구 전환 명령 등 돌발 사태가 향후에도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중단시켰다. 중국 내 기업과 부유층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뒷수습에 정신이 없다. SEC에는 “교육정책 개선 외에 다른 산업에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기업들을 압박하는 3차 분배에 대해선 “부자를 죽여 빈자를 구제하는 방식을 택하지는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공동부유는 시 주석이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이념”이라는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각종 규제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조치였다는 강변이다.

시 주석이 집권 첫해인 2012년부터 공동부유라는 개념을 꾸준히 제시해온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빈도는 매년 달랐다. 2012년부터 매년 5~6회에 그쳤던 공동부유 발언은 두 번째 임기(2017년) 시작을 앞둔 2016년엔 16회로 늘었다. 이후 다시 줄었다가 2019년 30회, 올해 65회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공산당은 부인하지만 공동부유를 내세운 속내에는 시 주석의 세 번째 집권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장쩌민과 후진타오 주석이 5년씩 연임한 뒤 물러났던 관행을 바꾸는 커다란 시도다. 시 주석이 이미 독주체제를 갖췄다는 시각도 많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다 같이 잘 살자'는 달콤한 구호권력 투쟁이 치열한 조직일수록 내부에선 ‘선명성’ 경쟁이 격화한다. 공동부유는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이념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다 함께 잘 살자’는 달콤한 구호는 대중의 기호에도 들어맞는다. 부자에게 빼앗아 임금을 올려준다(기부 강제·노동권 강화), 집값 걱정을 없애준다(저가 임대주택), 다 같이 안 배워도 된다(사교육 금지) 같은 정책들에 이미 중국 국민 상당수가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과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누가 더 잘 퍼주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사회주의로 돌아간다는 건 오히려 당연한 흐름일 수 있다. 걱정되는 건 한국이다. 기적적인 발전을 이끌어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저버리고 중국처럼 사회주의로 가자는 후보가 누구인지 잘 지켜봐야 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