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이 속담은 식후에 게으름 부리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성공한다는 뜻인데, 의학적으로도 꽤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기혈순환이 되지 않아 건강을 해치게 되는데, 특히 위장에 좋지 못한 결과를 일으켜 소화불량이나 각종 위장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 ‘역류성 식도병’이다. 우리 몸의 위액은 산성을 띠고 있는데, 만약 식도와 위가 연결되는 괄약근이 느슨해져서 위산이 역류하게 되면 이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꽉 막히고 답답하거나 화끈한 느낌이 들기도 하며, 간혹 신물이 올라오면서 쓰리기도 하다.
흔히 밥 먹고 바로 누웠을 때 위에 있던 음식물이나 위액이 다시 식도로 역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대부분 “잠자기 전에 야식 먹지 말고, 또 먹은 다음에는 바로 눕지 마세요”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자못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선생님, 나는 야식도 먹지 않고 밥 먹고 바로 눕지도 않아요. 정말 억울해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하소연이 맞을 때도 있다. 즉 음식을 먹고 바로 눕는 것과 상관없이 역류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인데,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마른 사람에게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몸에 화(火)가 많이 있어 위로 치받아 오르기 때문인데, 그래서 특히 성질을 많이 내거나 분노가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조선시대 왕 중에서는 숙종이 이런 병증을 앓았는데, 숙종 39년 3월 25일의 ‘왕조실록’을 보면 ‘임금이 가슴 속이 시장한 듯하면서도 시장하지 않고 손발이 마비되는 등류의 증상이 나타나 약방에서 들어가 진찰을 하고 청하기를, “명일부터 ‘중완혈’에 뜸치료를 받으소서” 하고, 또 탕제를 올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중완혈은 명치와 배꼽 사이 정가운데 있는 혈자리인데, 위(胃)를 대표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당시 숙종은 자신의 병증을 소홀하게 대처하는 신하들에게 자못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즉 과도한 분노나 스트레스가 식도를 비롯한 위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럴 때는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반드시 심화(心火)를 다스리는 약재를 같이 처방해야 차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