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늦어지는 국산 2호 코로나 치료제

입력 2021-08-29 17:33
수정 2021-08-30 00:52
지난 2월 출시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이후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맥이 6개월째 끊겨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천연물 유래물질로 임상 2상에 도전했지만 효능 입증에 성공하지 못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한 ‘EC-18’의 임상 2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난 27일 공시했다. EC-18은 녹용에서 추출한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물질이다. 호중구감소증 등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코로나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

임상 결과는 주된 평가 기준인 1차 평가지표와 보조 역할을 하는 2차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경증 폐렴이 14일 안에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이행되는 확률을 1차 지표로 썼다. 이 지표에서 가짜약 투여군 대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은 시험 방식 및 절차 등을 재검토해 임상 3상 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차 지표에선 통계적인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판단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인터루킨8, 인터루킨6이 투약 첫날과 투약 14일째를 비교했더니 뚜렷하게 줄어드는 게 확인됐다”며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 비율을 나타내는 조기경고점수(NEWS)에서도 시험 8일째부터 가짜약 투여군 대비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차 지표에서 약효 입증에 실패하더라도 2차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임상 3상을 하는 게 가능하다. 신풍제약 사례가 그렇다. 이 회사는 1차 지표를 바꿔 신청한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날 승인받았다. 임상 2상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던 음성 전환율 대신 입원율과 사망률을 새로운 1차 지표로 삼기로 했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 참가자도 113명에서 1420명으로 12배 이상 늘렸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출시됐던 약의 용도를 바꿔 새로 내놓는 것이다.

약물 재창출 방식을 쓰고 있는 다른 국내 기업들도 임상 2상의 1차 지표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광약품은 음성 전환율에서 바이러스 감소량으로 1차 지표를 수정해 두 번째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다음달 중간 결과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지난 5월 공개했던 첫 임상 2상 결과에선 1차 지표로 썼던 음성 전환율에서 별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1차 지표(증상개선시간)에서 가짜약 투여군과 시험군이 11일로 동일하게 나타났던 종근당은 임상 3상 환자를 모집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 3분기 임상 2상 전체 결과를 확보한 뒤 조건부허가 및 임상 3상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