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손님 10분의 1 토막…月 수백억 내고 면세점 열겠나"

입력 2021-08-29 17:19
수정 2021-08-30 00:49
“미국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경쟁 공항도 면세점 임차료는 매출연동제입니다. 월 수백억원의 임차료를 내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인천공항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 한 면세점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면세점 환경을 토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때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북적였던 인천공항 면세점은 벌써 1년6개월이 넘도록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텅텅 비어 있다. 지난해 8월 3기 사업자 계약이 끝났지만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회사가 없는 실정이다. 4기 사업자 입찰은 작년에만 세 번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됐다. 롯데·신라 등 글로벌 면세점업체들조차 안방인 인천공항 영업을 포기하는 상황이다.

면세점업체들은 “인천공항 면세점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한다. 고정임대료 방식 때문이다. 면세점업체들은 코로나19 이전에는 가혹한 수준의 월 임차료를 감내했다. 신세계는 매월 430억원, 신라는 380억원, 롯데는 190억원가량을 인천공항공사에 지급했다. 일각에선 면세점업체가 인천공항을 우량 공기업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자 이 돈은 고스란히 면세점들의 적자 요인으로 돌아왔다. 올 2월 새 사장을 맞이한 인천공항공사는 현재 4기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고정임대료 방식을 포기하겠느냐’는 시각이다. 면세점업체들은 존폐 기로에 서 있지만 공사가 ‘화수분’ 같은 과거 방식을 접을 리 만무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업계 일각에선 인천공항공사가 면세품 시장 패러다임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마저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공항은 상대적으로 내국인 비중이 높은데, 내국인 소비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터넷 면세 쇼핑을 늘리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가격이 높은 것도 인터넷 쇼핑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중요도가 예전 같지 않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과 아시아의 허브 경쟁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홍콩의 첵랍콕공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출연동 방식으로 임대료를 책정하고 있다. 이참에 우리도 ‘글로벌 스탠더드’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면세점업계 목소리에 공감이 가는 이유다. 인천공항의 활력을 위해서는 면세점업체들과의 상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