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반)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인턴십을 제공하거나 IT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IT업계의 개발자 구인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고등학교까지 찾아가 ‘인재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성화고생 대상 인턴십 제공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코딩교육 스타트업 위즈스쿨은 서울디지텍고 등 서울 소재 특성화고 세 곳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위즈스쿨은 2학기부터 이들 학교에 SW 제작 프로그램인 ‘위즈랩’ 교육 프로그램과 메타버스 창작 도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광용 위즈스쿨 이사는 “학생들이 일찍부터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IT 인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수한 학생이 있으면 위즈스쿨에서 인턴 등으로 일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도 고등학생 개발자 육성에 나섰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선린인터넷고, 미림여자정보과학고 등 IT 교육에 특화된 7개 특성화고·마이스터고와 ‘IT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우아한형제들은 해당 고등학교 재학생 중 선발된 인원을 대상으로 이번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한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진행했다. 8주간의 인턴십을 수료한 학생에게는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할 기회도 주어진다.
IT 기업들이 고등학생에 공들이는 배경에는 ‘전쟁’에 비유될 정도로 치열한 개발자 확보전이 있다. 실력있는 ‘새싹’ 인재를 미리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고등학생 대상 인턴십은 현업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훈련받은 ‘실무형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어 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유의미한 영입 채널”이라며 “실무역량 향상에 초점을 맞춘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의 참여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 대안 되나
다만 IT 외 분야에서 직업계고 학생들은 여전히 취업난을 겪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7년 53.6%에서 지난해 27.7%까지 추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가 직업계고 취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이렇다 보니 졸업 후 고등학교 전공과 상관없이 IT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나오고 있다. 올초 경기지역의 한 특성화고 기계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이모씨(19)는 “국비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앱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취업도 어려운 시기에 작은 IT 스타트업이라도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교육당국도 IT 기업들과 손잡기 시작했다. 경기도와 경기교육청은 지난 18일 한국IBM과 함께 고교 3년과 전문대 2년을 연계한 인공지능(AI)산업 분야 인력양성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협약을 맺은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에서 5년 동안 관련 교육을 받고 졸업하면 협약을 맺은 기업이 유급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취업을 희망할 경우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