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Fed의 핵심 인사들도 금리 인상에 대한 견해를 쏟아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7일 잭슨홀 연설에서 “월 1200억달러의 자산 매입 속도를 올해 줄이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 신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테이퍼링과 기준 자체가 다르고 훨씬 엄격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란 얘기다.
Fed는 작년 6월부터 매달 국채 800억달러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물가와 고용 수준이 목표치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루면 테이퍼링에 나서고, 목표를 실제 달성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게 Fed 입장이었다. 목표는 장기 평균 2%를 완만하게 초과하는 물가와 최대 고용(실업률 3.5~4.0%)이다.
파월 의장은 다만 “완전 고용에 도달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며 금리 인상 시점이 가깝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실업률은 지난달 기준 5.4%였으며 Fed는 내년 말은 돼야 3.8%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참석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을 10월에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내년 말 첫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3년 두 차례 인상’을 예고했던 지난 6월의 Fed 점도표보다 앞당긴 전망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은 총재도 “내년 말이나 2023년 초에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연내 테이퍼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하반기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정부기관 예측이 나왔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올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기 대비 4.8% 뛸 것으로 내다봤다. 5월 예상치(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내년 말 전망치도 당초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통화 팽창정책 효과가 계속될 수 있는 데다 글로벌 공급난 역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란 배경에서다.
미 CPI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5.0%(전년 동기 대비)를 넘고 있다. Fed가 주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는 4월부터 3.0%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달 수치는 3.6% 상승해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