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CATL의 질주…위협받는 K배터리

입력 2021-08-27 17:33
수정 2021-09-06 16:57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이 상반기 판매, 매출, 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생산 설비 증설을 위해 10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계획까지 내놨다. CATL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SNE리서치가 발표한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CATL은 33.8GWh로 1위를 지켰다. CATL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31.7% 늘었다. 중국산 테슬라 모델3 등의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170.9%), 삼성SDI(109.7%), SK이노베이션(164.7%) 등 한국 업체들의 성장세는 CATL에는 미치지 못했다.

CATL은 판매 증가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매출은 440억7500만위안(약 7조95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1% 증가했다. 순이익은 131.5% 늘어난 44억8400만위안(약 8096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무려 23.0%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1조65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SK이노베이션에서 받은 소송 합의금(1조원)을 반영한 덕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서 아직 적자를 보고 있다. 수익성에 집중한 삼성SDI는 2분기 들어서야 분기 흑자를 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 중심의 CATL은 외국산 배터리를 사실상 배제하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큰 폭의 이익을 내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은 국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익을 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CATL은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대형 투자자 대상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582억위안(약 10조5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증권거래소의 CATL 주가는 1년 새 약 150% 올랐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화재 위험으로 볼트EV 7만3000대를 추가 리콜하면서 배터리를 납품한 LG에너지솔루션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GM은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 관계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LG는 가치 있는(valued) 파트너”라며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 개발한) GM의 새로운 얼티엄 배터리 플랫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