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 0.5%의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한 데 이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대다수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특히 내년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날 가능성이 커 신용 리스크가 부상할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과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줄하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예금 취급 금융회사의 기업대출은 1435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금리 인상의 여파를 받는 변동금리대출 비중은 64.3%(923조2100억원)다. 변동대출금리가 이번에 기준금리가 오른 폭(0.25%포인트)만큼 상향되면 기업의 이자 부담은 연 2조3080억원 늘어난다. 대다수 금융회사의 예측대로 한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두 번 추가 인상한다면 연 추가 이자 부담은 6조924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과 통상적인 부채비율 기준 200%를 못 맞추는 기업이다. 한은의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 2520곳 가운데 39.7%에 이른다. 부채비율이 200%를 웃도는 기업은 좀비기업과 별개로 지난해 말 기준 15.3%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선 이 중 상당수가 금리가 더 오르고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19 국면이어서 신용등급 조정도 사실상 유예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전체 413개 기업 가운데 올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은 19곳(4.6%)에 그쳤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는 향후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이 높다는 의미의 ‘부정적’이란 꼬리표가 붙은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도 점검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부정적’ 전망이 붙은 기업은 30여 곳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익환/김은정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