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음달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재연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 18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차 내비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고 후보자는 이날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취임 후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내달 끝나는 대출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재연장 여부를 묻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자영업자를 위해 6개월간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다. 이후 사태가 장기화하자 해당 조치를 두 차례 추가 연장해 오는 9월 말 만료될 예정이다.
그는 “(금융위는) 그동안 경제 및 방역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며 “방역도 그렇고 상황이 오히려 더 심각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는 이자 상환 유예에 대해 걱정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 부분도 어떻게 할지 잘 상의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달 추가 연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단 가계대출은 이미 예고한 대로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과도한 신용 증가는 버블 생성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시장 경색을 초래해 결국 실물경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라며 “이미 발표한 대책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차질없이 추진하면서 필요 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사견을 말씀드리자면 한 번의 인상으로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앞으로의 추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 불균형 누적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을 고려해 한은 금통위에서 잘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내달 24일 마감할 예정인 암호화폐거래소 신고 기한에 대해서는 “1년6개월이란 시간이 있었는데 또 연장하면 거꾸로 이용자의 피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공매도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도 코로나19 정상화 등에 따라 완전히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법 공매도 적발 및 엄중한 처벌, 개인 공매도 여건 개선 등으로 시장 불신과 우려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무위는 청문회 직후 고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담은 경과보고서를 합의 채택했다.
정소람/전범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