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유관단체·정당·학계·시민단체들이 모두 반대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기어코 강행 처리할 태세다. 당 내부에서조차 ‘속도조절론’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지도부는 어제 “8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야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와 권한쟁의심판·위헌심판청구 등으로 입법 저지에 나선다지만 국회의석 과반인 여당 앞에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30일 본회의 표결 처리 쪽으로 굳어져 가는 모양새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가 국민적 반대에도 법안을 처리해야겠다면 그 전에 분명하게 설명해야 할 게 있다. 법안 곳곳에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국제사회에서조차 비판을 받는 언론 악법을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지금은 대다수 국민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고, 경제는 일자리·주택난·부채폭증 속에 긴축까지 시작해야 하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국론 분열을 감수하며 법안 발의 두 달 만에 야당도 없는 회의장에서 군사작전하듯 처리해야 할 만큼 이 법이 긴급한지를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여당 말대로 ‘허위·조작 보도’ ‘가짜 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 온상으로 지적받는 유튜브와 SNS를 처벌 대상에서 뺀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외에도 법안에는 모순적이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차고 넘친다. 때문에 “최소 한 달 정도 숙의기간을 갖고”(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을 손질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런 과정을 다 생략한 채 퇴임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 가족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니 당장 ‘대통령 퇴임 준비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남조선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 언론중재법은 거짓과 불의를 증오하며 진실과 정의를 지향하는 민심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이 ‘언론재갈법’을 발의한 후 당 밖에서 나온 거의 유일한 긍정 평가다. 입만 열면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말하는 현 정부의 언론 법안이 ‘세계 유례없는’ 인권탄압 독재국 북한에서나 평가받는 처지가 됐다. 명분도 부족하고, 문제도 많고 더구나 북한이 지지하는 언론재갈법이라면 당장 철회하는 게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