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유명가수 아리아나 사예드, 카불 기적의 탈출 소감

입력 2021-08-26 03:29
수정 2021-08-26 09:16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한 현지 유명 가수 아리아나 사예드가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수년간 탈레반에 반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왔기에 이번 탈출에 생사가 달렸었다.

아리아나 사예드(36)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약혼자와 함께 아프간 수도 카불을 빠져나오게 된 과정에 대해 말했다.

사예드는 혼돈에 빠진 카불 국제공항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탈출해 달라고 호소한 사연도 전했다. 그는 "결국 그러지 못했다"라며 "군인들이 '당신의 아이냐'고 물었고 나는 '내 아이는 아니지만 엄마와 아이를 공항 안으로 좀 들여보내 줄 수 없느냐 아이가 곧 죽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군인들은 거부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사예드는 공항 주변에서 탈레반에게 정체를 들킬까봐 카불에 위치한 친척의 집에서 은신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탈레반이 민가를 뒤지고 다닌다는 소식에 결국 공항으로 향했고 그는 공항에 이르기까지 검문소 다섯 곳을 거쳐야 했다.

그간 아프간에서 터키와 영국을 오가며 지냈던 사예드는 최근 몇 달간은 의류사업을 하기 위해 카불에 머물고 있었다. 사예드는 14일 탈레반이 수도(카불)로 오고 있다는 전화를 받은 뒤 캐나다 국적의 약혼자와 함께 15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공항은 총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었고 비행기는 계속해 뜨지 않아 탈출할 수가 없었다.

매체에 따르면 공항에 먼저 도착한 그의 약혼자를 알아본 아프간 현지인들이 공항을 지킨 미군들에게 "이사람은 아프간에서 정말 유명한 가수의 약혼자다. 들여보내야한다. 탈레반이 보면 죽일 것이다"라고 부탁했다. 결국 캐나다 시민권자인 사예드의 약혼자는 공항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고 사예드는 약혼자와 상봉했다.

사예드는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권을 요구한다. 아프간에서는 20년간 많은 여성들이 학교도 가고 교육도 받아 선생님도 되고 의사도 되고 많은 성취를 이뤘다. 어떻게 이렇게 모두 끝나버릴 수 있느냐"라고 한탄했다.

사예드는 현재 약혼자와 함께 미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아프간에 남은 사람들과 관련해 "정말 절망적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