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생태계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위협적인 것은 개별회사가 아니라 이들이 구축한 생태계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우위는 소비자 이익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기업들에 주어진다. 생태계는 디지털 시대에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PC 시대에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텔칩을 사용하는 주변 기기 제조업체들의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들 생태계에서는 주변 기기 제조업체들의 호환기술이 함께 작동돼야 했기에 동반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 그 자리를 애플이 차지했다. 아이폰을 통해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앱을 제공할 수 있었기에 다른 휴대폰 경쟁자보다 앞설 수 있었다. 생태계와 동반성장디지털 시대의 생태계는 과거와 달리 선형적이지 않다. 기업이 공급하는 제품 혹은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연결을 통해 차별화돼 있으며, 기하급수적이고 다차원적이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소셜미디어 웨이보, 차량 공유 리프트, 물류 차이냐오와 같은 다양한 파트너와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렇게 형성된 생태계가 성숙해 선순환이 시작될 경우 고객은 물론 파트너 기업 등 생태계의 모든 참여자가 폭발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2019년 4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보고서에 흥미로운 숫자를 언급했다. 이는 창출하고자 하는 이익이나 주가가 아니라 지난 20년간 아마존이 다른 판매자들로부터 얻은 매출 증가율이었다. 1999년 아마존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했던 수치는 2018년 5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생태계의 중요성을 간파한 아마존은 다른 판매자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재고 및 결제 관리에 필요한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판매자는 이를 통해 더 빨리, 더 멀리 배송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마존 렌딩 프로그램을 통해 대출도 가능하다. 생태계 파트너들의 성장은 곧 아마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현금이 증가하고, 축적한 데이터는 더 많아진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소비자 개별맞춤화한 상품을 제안하고, 더 나은 인사이트로 소비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더 많은 선택권과 더 낮은 가격, 더 정확한 추천으로 만족감이 높아진다. 생태계를 통한 확장디지털 전환으로 빠르고 다각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오늘날 소비자 마음을 끌어당기는 아이디어는 생태계 없이는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기업들이 변화된 세상에 맞춰 생태계의 규모와 범위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아무리 복잡해 보이더라도 자신만의 생태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생태계는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집중해야 하고, 자금 조달을 통해 적절한 속도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복수의 수익 흐름으로 이어져 생태계가 확장돼 새로운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애플의 생태계 확장은 좋은 사례다. 아이팟을 중심으로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고, 아이폰을 중심으로 앱 개발자들의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은 애플워치를 활용해 의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방식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즉, 소비자에 집중하며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돈을 벌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환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애플은 철저하게 개별 소비자에 초점을 맞춘다. 모든 것은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개인의 건강 데이터는 개인의 통제 아래 공유된다.이 과정에서 애플은 환자와 보호자가 제공하는 데이터 흐름에 따라 암호화를 비롯한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은 데이터 공유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연구원들이 약물 임상시험에 적합한 후보자들을 선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방법으로 데이터 분석이 이뤄져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 속도 개선에 기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애플은 이미 수면 무호흡, 뇌진탕, 우울증, 자폐증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스탠퍼드, 뉴욕대 의료센터를 포함한 6개 이상의 의료기관과 연구를 시작했다. 존스홉킨스 연구원들이 간질 발작 연구를 위한 데이터 기록에 애플워치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 경쟁우위디지털 시대의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방법은 분명 달라졌다. 유통채널을 통제하고, 막강한 하드웨어를 보유하거나 혹은 브랜드, 특허가 경쟁우위를 보장하던 시대는 지났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의 경쟁우위는 지속적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으며, 동시에 주주들에게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런 경쟁우위는 기업이 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 역시 그 가운데 하나다. 《컴피티션 시프트》의 저자인 램 차란 컨설턴트는 생태계 구축은 결론적으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다른 인센티브로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기술 및 소비자의 기대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파트너십을 찾고, 오래된 파트너들이 퇴출하는 일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같은 맥락에서 성공적인 생태계 파트너들은 다른 생태계에서도 접근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존 관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생태계 구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도해야 한다. 시작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세상 모든 것을 판다는 아마존도 온라인은 책만 파는 생태계에서 시작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 경쟁우위는 생태계 경쟁에서 비롯됨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