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없이 가신분도 계시지만 (끝까지 남아 있어준) 우리 황교안 후보님, 박찬주 후보님, 또 최재형 후보님, 하태경 후보님 감사드립니다."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이 25일 개최된 비전발표회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유승민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원팀' 기조는 여전히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토론회 대신 진행된 비전발표회에서 12명 후보들은 7분간 문재인 정부 4년간의 실정을 지적하고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설명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발표 순서는 추첨을 통해 △장성민 △안상수 △박찬주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황교안 △박진 △원희룡 △하태경 △최재형 △유승민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마지막 주자였던 유 후보는 발언에 앞서 자신의 발표만을 끝내고 타 후보의 발언도 듣지 않고 자리를 뜬 후보들을 겨냥해 '의리 없이 가신분들'이라며 저격했다.
자신에 앞서 발표한 장성민, 안상수, 장기표, 윤석열, 홍준표, 박진, 원희룡 후보가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한 섭섭함을 표현한 것이다.
유 후보가 "조용필은 항상 마지막에 나온다"라면서 곁들인 이 말은 농담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지만 그가 당시 자리를 지키고 있던 4명의 이름을 일이 호명하는 바람에 자리를 뜬 후보들이 머쓱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날 비전발표회에 대해 당내 공지는 어땠길래 이런 잡음이 나타났을까.
한 후보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당에서 공지를 통해 설명회 할 때 자기 순서 마친 후보는 자유롭게 이석해도 좋다고 안내했다"라면서 "당이 정해준 가이드라인 명확하게 인지하고 따른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후보 캠프 관계자 또한 "후보들은 자신의 발표가 끝나면 백브리핑을 하라는 공지가 있었다. 기자들은 백브리핑 멘트를 따려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라면서 "만약 후보들이 모두 기다렸다가 동시에 나갔다면 오히려 유력주자에게만 기자들이 질문을 하는 등 편중이 나타났을 것이다. 백브리핑을 한 후 다시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라 자리를 뜬 것에 불과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긴장감이 떨어진 비전 발표회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이게 무슨 발표회인지... 초등학교 학예회처럼 느껴졌다"라고 혹평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