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뛰면 이자 5조 늘어…영세 中企·자영업 "버틸 재간 없다"

입력 2021-08-26 17:33
수정 2021-08-27 00:32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는 평가다.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인 2% 넘게 뛰고 있는 데다 집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는 경제주체도 적지 않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계속되는 와중에 금리가 인상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사업을 접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다. 이들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금리 인상 발표 직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취약계층에 치명타 우려 한은이 지난 6월 펴낸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금은 3월 말 831조8000억원으로 작년 3월보다 18.8%(131조8000억원) 늘었다. 대출 규모와 증가율 모두 역대 최대다. 3월 말 기준 여러 금융회사에서 차입금을 조달한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11.0%(차주 수 기준)다. 이들 취약 자영업자는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피해가기 힘들다.

금리 인상 이전부터 자영업자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였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연체 건수는 올해 6월 6143건(2204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보다 79.5% 늘었다. 2016년 집계 이후 최대다. 연체일이 15일 이상인 부실 징후 사업체는 올해 상반기 2764개가 신규로 나오면서 지난해 연간(2321개) 수준을 넘어섰다. 앞으로 부실기업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한층 팍팍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 상장·비상장 기업(2520개) 가운데 39.7%로 2019년보다 4.6%포인트 증가했다.

이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위기는 잠재성장률 하락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은은 2020~2021년 잠재성장률이 종전 2.5%에서 2.0%로 0.5%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자영업자·중소기업이 몰린 서비스업 생산능력과 고용이 감소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고용과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출 만기 도래와 금리 인상 등 금융리스크까지 겹쳐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소상공인 반발한은의 금리 인상 결정에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에서 “아직 매출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덮치면 중소기업 금융비용 부담이 불어날 것”이라며 “중소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쓰러지고 은행도 동반 부실화되는 악순환을 유발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업계는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추가 연장이 필요하고 대환·대출 확대 등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전국 33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78.5%는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서둘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금리 인상 관련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연체율이 0.32%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치면 연체율은 0.62%포인트 높아지고 연체액은 5조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연은 통화정책의 급격한 기조 전환이 연체율 급등이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익환/안대규/남정민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