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년 바이든이 할 수 있는 말

입력 2021-08-26 17:28
수정 2021-08-27 00:1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모두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자신을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임 대통령이 실패한 일을 해낸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려 했을 것이다. 그 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벌여온 ‘끝없는 전쟁’의 종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날 연설의 극적인 배경으로 올해가 9·11 테러 20주년이라는 점을 활용하려 했다. 美 철수로 테러리스트 축제하지만 미국의 아프간 철수가 엉망진창으로 진행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도 무산될 전망이다. 심지어 앞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9월 11일을 영원한 승리의 날로 기념하게 될 것이다. 승리를 자축할 세력 중에는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도 끼어 있다. 알카에다는 이제 9·11 테러를 계획하고 준비하던 근거지인 아프간을 되찾게 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테러를 저지른 자들이나 그들을 숨겨둔 자들이나 구분하지 않겠다”고 강력 선언했는데도 알카에다를 도와준 세력이 탈레반이다.

탈레반은 최근 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일본 이오지마 전투에서 승리한 뒤 성조기를 게양하는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탈레반 특수부대 ‘바드리 313’ 대원들이 탈레반 깃발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담은 선전물이다. 그들은 큰 승리를 거뒀다며 도발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승리는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서 많은 오류를 범하고 큰돈을 쓰며 ‘20년 동안의 실수’를 저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적어도 그동안 탈레반의 승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 종전하지 않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이 같은 ‘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프간 정부가 부패하고 무능했다고 하지만 탈레반보다는 나았다.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문제가 단적인 예다. 필사적으로 조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을 보면 미국의 아프간 관여가 실수였다고만 치부하기 어렵다. 요충지 주둔 장점 생각해야미국의 신뢰도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흔들리고 있다. 아르민 라셰트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는 “NATO 설립 이후 최대 실패”라고 했고 영국 의회에서는 “부끄럽고 굴욕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것이 미국 우방들의 생각이다.

미국이 떠난 아프간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아프간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에 미군이 주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전략적 요충지의 미군 기지, 동맹을 잃은 것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 것인가.

미군이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그랬듯이 전략적 요충지인 아프간에 계속 주둔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다는 주장을 편 미국 정치 지도자가 드물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전투가 거의 없고 병력도 한창때(10만 명)에 비해 대폭 줄어든 4500명가량에 그친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곧 미국 본토를 향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던 9·11 테러가 벌어진 지 20년을 맞는다. 테러리스트들을 도와준 탈레반은 그날 카불에서 축제를 벌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9·11 연설문 담당자는 무슨 말을 쥐어 짜낼 수 있을까.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A Taliban 9·11’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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