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골드만삭스 등 미국 주요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이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사내에서 코로나19가 번져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백신 접종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기업들이 잇따라 방역수칙을 강화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으면 직장도 없다’는 말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델타항공, 미접종 직원에 비용 청구
델타항공은 올해 11월부터 사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가입한 직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으면 매달 200달러(약 23만원)의 추가 보험료를 징수하겠다고 2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백신 미접종 직원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첫 사례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입원한 직원을 위해 1인당 평균 5만달러(약 5800만원)를 지출하고 있다”며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개인의 결정 때문에 회사에 발생하는 재정적 손실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델타 변이 유행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한 이 항공사 직원 전원이 백신 미접종자였다.
델타항공은 또 백신을 맞지 않은 모든 직원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미접종자는 다음달 12일부터 매주 코로나19 검사도 받아야 한다. 다음달 30일부터는 백신 접종자가 돌파감염됐을 경우에 한해 유급휴가를 주기로 했다. 일련의 조치를 통해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을 75%에서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업들 ‘백신 의무화’ 봇물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했다.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어서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기업이 경쟁사에 비해 직원을 채용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정식 승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FDA가 백신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기업들도 접종을 요구할 명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기업들이 접종 독려에 나서달라고 압박했다. 공공기관이 잇따라 백신 접종 의무를 강화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7일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를 지참한 사람에게만 사무실 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접종 직원은 재택근무해야 한다. 딜로이트도 10월 11일부터 사무실에 들어가는 모든 직원에게 접종 증명서를 요구할 계획이다. 보험서비스 회사인 CVS헬스는 환자를 만나는 모든 직원에게 10월 말까지 백신을 맞도록 했다. 약사들은 11월 말까지 접종을 끝내야 한다. 오하이오주립대도 직원과 학생들의 백신 접종 시한을 10월 15일로 정했다.
미국 2위 정유회사인 셰브런과 에너지기업 헤스는 멕시코만 시설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에게 11월 1일까지 백신을 맞으라고 요구했다. 디즈니월드는 노사 합의를 통해 10월 22일까지 접종 증명서를 내기로 했다. 백신 부스터샷 6개월 간격될 듯미국에선 이날까지 인구 61%인 2억250만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았다. 올해 4월 하루 250만 명이 맞을 정도로 접종자가 급증했지만 열기가 식으면서 최근엔 매일 40만 명가량이 백신을 맞고 있다.
접종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 노력도 이어졌다. 미국 국방부는 군인 의무백신 목록에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했다. 군인은 간염·독감·코로나19 등 백신 18종류를 맞아야 한다. 면역 반응을 높이기 위한 부스터샷(추가 접종)은 다음달 도입할 계획이다. 간격은 8개월이 아니라 6개월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지난 18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부스터샷만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WSJ는 얀센 백신 부스터샷까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존슨앤드존슨에 따르면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6개월 지난 사람이 부스터샷을 맞으면 몸속 항체 수치가 1차 접종 때보다 9배까지 높아졌다. 바이러스벡터(전달체) 방식의 얀센 백신은 한 번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이 경우 부스터샷은 2차 접종이다. 그동안 바이러스벡터 백신은 코로나19 유전자를 운반할 때 감기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부스터샷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