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전력난 우려가 커지자 미국인들 사이에서 태양광 발전의 인기가 급등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BC는 미국 태양광 전문 웹사이트 솔라리뷰를 인용해 최근 미국에서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서부지역의 가뭄과 산불부터 남부지역의 대형 홍수에 이르기까지 악천후가 발생하면서 전력 수급 문제가 심각해진 여파다.
캘리포니아주 주민들이 지난 6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두 달 동안 요청한 태양광 설치 견적 문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 급증했다.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가뭄에 이어 대형 산불까지 발생하는 등 자연재해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전이 자주 발생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을 비롯한 에너지 회사들이 건조한 기후와 강풍이 겹쳐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에 일시적으로 가스·전기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더위와 추위를 경험하며 전력 수급난을 경험해본 지역에서도 태양광 수요가 껑충 뛰었다. 오리건주의 주요 도시 포틀랜드는 올여름 최고기온이 46.6도를 돌파하는 등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렸다. 솔라리뷰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부터 30일 동안 오리건주에서의 태양광 견적 요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9%나 폭증했다. 지난 2월 역사적인 한파에 시달리며 15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텍사스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한파가 몰아친 수일 동안 수백만 명이 정전을 경험한 텍사스주에선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태양광 견적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0%나 많이 쏟아졌다. 앤디 센디 솔라리뷰 대표는 “자연재해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태양광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기 위해 ESS 설치에도 나서고 있다. 주택 등 건물에 ESS를 설치해야 태양광 패널이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CNBC는 “2016년부터 ESS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년 동안 ESS 설치 시기를 분석한 결과 이 중 75%가 지난해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가정용 ESS 시장 규모가 2022년 처음으로 10억달러(약 1조1706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기후는 생활문화도 바꾸고 있다. 영국의 자연보호·역사보존단체 내셔널트러스트는 사내에 시에스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에스타란 한낮 무더위가 심한 나라에서 낮잠을 자는 문화를 뜻한다. 내셔널트러스트 측은 “극단적으로 더운 기간에는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