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 위기에 몰렸던 자율주행차 인프라 구축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 사업 발목을 잡았던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갈등이 해소돼서다. 하지만 사업 착수가 약 3개월 밀림으로써 관계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부와 과기부는 26일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공동작업반 착수 회의를 열고, C-ITS 사업을 올 4분기부터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C-ITS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간 통신 시스템을 말한다.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달려야 하는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다. 국토부는 주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이달 C-ITS 구축을 시작하고, 7월 사업 발주를 하려 했으나 제동이 걸렸다. 'C-ITS를 어떤 기술로 구현하냐'를 두고 국토부와 과기부 간 이견이 있어서다.
국토부는 단거리 무선통신기술(DSRC), 과기부는 셀룰러기반 차량·사물통신(C-V2X) 기술을 각각 주장했다. 와이파이 통신망 기반인 DSRC는 10여년 전부터 기술 개발과 실증이 이뤄져 안전성·유효성이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무선통신망 기반 C-V2X는 최근 등장한 신기술로, 성능이 DSRC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중국 등도 C-V2X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다만 기술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다.
국토부와 과기부는 그간 서로의 입장만 고집한 탓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사업 지연으로 기업만 피해본다는 비판이 커지자 이날 서로 한발씩 양보하기로 했다. 두 기술 방식을 병행해 C-ITS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일단 DSRC 방식 C-ITS 구축은 예정대로 연내 시작한다. C-V2X는 올해말부터 내년까지 실증 사업을 벌인다. 이후 2023년까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DSRC, C-V2X 둘 다 시범사업을 한다. 시범 사업을 통해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명되는 기술 방식 하나를 택해 2024년부터 전국에 적용한다.
C-ITS 사업이 다시 착수된 건 다행이지만 사업 지연은 불가피하다. DSRC 기반 C-ITS 구축 사업의 발주 시점은 올 10월로 예상된다. 빨라야 11월 착공할 수 있다. 당초 계획(8월)보다 3개월 늦은 것이다. 이런 탓에 정부의 원래 일정에 맞춰 서비스 공급, 투자 일정을 짜놨던 관계 기업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대보정보통신, 아이티텔레콤, 에티포스, 이씨스 등 민간 기업으로 구성된 'C-ITS 조기 활성화를 위한 얼라이언스'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내고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도현 과기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앞으로 자율주행 및 차량통신 생태계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