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 증시는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우려와 코앞으로 다가온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 원화 약세 등이 외국인의 자금 이탈 속도를 자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2.37% 하락했다. 지난 6월 3300선을 넘겼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3100선까지 내줬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날 나스닥지수가 15,000선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 증시의 복사판’이라고까지 불리며 미국 증시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던 유가증권시장이 최근 들어 맥을 못 추고 있는 1차적인 이유를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에서 찾고 있다. 반도체 업황 우려가 부각되면서 외국인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6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6조4710억원, SK하이닉스를 1조7340억원어치 팔았다. 외국인의 ‘반도체 패닉셀’은 원화 약세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1183원50전까지 올라섰다.
원화 가치는 떨어졌지만 테이퍼링,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으로 달러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6월까지 90선을 밑돌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19일 93.58까지 올라섰다. 24일 달러인덱스는 92.90을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한국 증시의 매력도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백신 접종률은 52.1%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4.6%에 그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을 앞두고 있다는 점 역시 신흥국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각종 산업 규제 역시 패시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기 회복 강도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신흥국에서 자금을 이탈하게 하고 있다”며 “특히 나스닥에는 글로벌 경기와 무관한 업종이 많이 포진돼 있는 반면 국내 증시에는 민감 업종이 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