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대출에 이어 카드론(장기카드 대출) 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 합산 증가율이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목표치(5~6%)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캐피털사에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당국은 카드사와 캐피털사에 대한 ‘주 단위’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국민·현대·우리·롯데·하나카드 등 7개 카드사의 지난 6월 말 카드론 잔액은 34조1311억원으로 작년 말(32조460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으로 정한 증가율 목표치(5~6%)를 소폭 넘어선 것이다. 우리카드는 올 들어서만 카드론 증가율이 14.1%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부터 1년간을 기준으로 보면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무려 14.5% 늘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산하면 올 들어 6.3%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던 현금서비스를 합산해도 당국의 요구치를 넘어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의 주 수익원이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타격을 입으면서 카드사들이 카드론에 영업을 집중했다”며 “공모주 청약을 하는 등 ‘빚투’ 영향으로 현금서비스까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 잔액이 늘어난 것은 제2금융권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지난달부터 카드사 금융상품에 대해 주 단위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카드사별로 제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카드론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일부 카드사는 한도를 축소하거나 마케팅을 중단하기로 했다. 당국은 카드론뿐 아니라 카드사가 내주는 마이너스카드와 비회원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증가율 관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캐피털 업계의 대출 현황도 보고받고 있다. 가계대출이 많은 일부 상위권 캐피털사에서 자동차 구입자금 대출인 오토론과 개인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다.
카드론과 캐피털사의 가계대출은 금융권 전체 대출의 4.4%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카드론 사용자(414만 명) 가운데 65%(269만 명)가 다중채무자여서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카드론과 캐피털 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가계대출 부실화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이 취약한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한도부터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카드론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로서는 당장의 돈줄이 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