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잇따라 감산에 나서면서 팔라듐, 로듐, 백금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금속들은 내연기관차의 배기가스 정화장치용 촉매에 쓰인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팔라듐 9월물 가격은 지난 24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2473달러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약 열흘 전인 13일보다 7%, 사상 최고점인 5월 4일(2983달러)보다는 20% 급락했다.
글로벌 로듐 현물 가격은 5월 4일 트로이온스당 2만9500달러였으나 24일 1만7000달러로 약 40% 떨어져 지난해 말 가격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디젤차의 촉매로 쓰이는 백금 선물 가격 역시 같은 기간 트로이온스당 1265달러에서 1023달러로 하락했다.
팔라듐과 로듐의 전성기는 지난 4~5월이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을 질소나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촉매의 수요가 급증했다. 내연기관차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시도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수요를 밀어 올린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영국의 제련업체 존슨매티에 따르면 세계 팔라듐 수요의 80% 이상이 자동차 촉매로 이용된다. 촉매용 제품의 수요가 일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감산을 이겨내기는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급등했던 팔라듐, 로듐값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거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비쌌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촉매용 금속의 고전이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팔라듐과 로듐을 거의 쓰지 않는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완성차 감산 대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3일까지 총 644만2000대를 감산했다. 올해 말까지 765만1000대를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레이시아의 코로나 확대로 엔진 컨트롤 유닛(ECU)용 반도체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현대자동차는 라인을 가동하지만 컨베이어벨트에 차량이 없는 ‘공피치’ 운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2분기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