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안은미 '30여년 예술생활' 되짚어보다

입력 2021-08-25 18:12
수정 2021-08-25 23:51
현대무용가 안은미(사진)가 자신의 무용인생을 되짚어보는 공연을 연다.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당산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리는 ‘4괘-용, 이름, 거시기, 조상님’을 통해서다. 안은미컴퍼니가 1988년 창단한 뒤 33년 동안 내놓은 150여 개 작품 중 대표작 네 가지를 추려 선보인다.

첫 공연에서 선보일 작품은 신작 ‘드래곤즈’다. 안은미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아시아 5개 국가의 20대 무용수들과 화상채팅프로그램으로 소통하며 안무를 짰다. 스크린을 통해 동작을 지도하고 3차원(3D) 영상 작업을 거쳐 제작했다.

29일엔 2005년 독일 베를린 태평양주간 축제 초청작인 ‘렛미 체인지 유어 네임’을 무대에 올린다. 안은미컴퍼니가 지금까지 가장 공연을 많이 한 작품으로 동·서양의 무용이 한데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우리네 어머니를 소재로 한 작품 두 개도 다음달 내놓는다. 9월 4일에는 60~90대 할머니 10명의 첫 경험을 주제로 한 작품 ‘거시기 모놀로그’를 보여준다. 누구에게도 쉽사리 말하기 힘든 중년 여성의 ‘성(性)’ 이야기를 춤사위로 풀어냈다. 이튿날인 5일에는 전국 각지의 할머니들의 몸짓을 춤으로 승화시킨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춘다. 2011년 초연 당시 실제 일반인 할머니들을 무대에 올려 주목받았다. 2014년에는 프랑스 파리여름축제를 시작으로 할머니들과 유럽 투어를 하며 ‘한국 할머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공연을 기획한 안은미는 현대무용계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전문 무용수가 되자 무서운 신인으로 이름났다. 1986년 한국현대무용협회로부터 신인상을 탔고, 1994년에는 서울무용제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같은해 돌연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났으며 미국에서도 인정받는 예술가가 됐다.

2000년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임명돼 귀국한 그가 판소리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해 ‘춘향’(2003년 초연) 등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무용계가 들썩였다. 2018년부터 프랑스 파리시립극장 상주예술가로 선정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