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끌어안는 극장·영화제

입력 2021-08-25 18:14
수정 2021-08-25 23:52

국내 극장과 영화제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이 잇달아 상영된다. OTT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극장산업이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OTT를 배척하기보다 OTT와의 새로운 협력과 동행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CJ CGV는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된 한국 영화들을 모아 ‘NETFIC(넷픽·NETFLIX IN CGV)’ 특별전을 연다고 25일 밝혔다. 상영 작품은 ‘승리호’(사진)를 비롯해 ‘사냥의 시간’ ‘콜’ ‘차인표’ ‘낙원의 밤’ ‘새콤달콤’ ‘제8일의 밤’ 등 7편이다. 이 중 송중기 주연의 한국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는 화려한 시각특수효과(VFX)로 많은 관객이 극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보길 원하던 영화다. CGV는 다음달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 80여 개 극장에서 작품들을 상영한다.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를 일반 관객 대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CJ ENM은 OTT 티빙의 영화 ‘서복’과 ‘미드나이트’를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공개하기도 했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극장과 OTT는 상생의 길을 찾아왔다”며 “이를 통해 극장과 OTT는 물론 제작사와 관객까지 만족시키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특별전의 수익금을 사회 공헌 활동인 ‘넷플릭스 한국 고전 영화 복원 사업’에 쓰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지난 100년 동안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주요 작품을 이후 세대까지 보존해 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특별전 예매는 26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유례없는 상영인 만큼 다양한 할인 이벤트도 연다. 특별전을 관람하고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면 ‘NETFIC’ 상영작 3000원 할인쿠폰을 증정하고, 상영작 1편을 관람할 때마다 3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국내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도 OTT에 문을 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15일 열리는 ‘제26회 영화제’에서 OTT에 방영될 화제의 드라마 시리즈를 상영하는 ‘온 스크린’ 섹션을 아시아 최초로 신설한다.

온 스크린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부산행’을 제작한 연상호 감독의 ‘지옥’, ‘인간 수업’을 만든 김진민 감독의 신작 ‘마이 네임’, 아누차 분야와타나(태국)·조시 킴(미국) 감독의 ‘포비든’이다. ‘지옥’과 ‘마이네임’은 넷플릭스, ‘포비든’은 HBO 아시아의 오리지널 시리즈다.

최근 해외 국제 영화제에서도 OTT 작품 상영이 확산되고 있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이 온 스크린과 비슷한 성격의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