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한 마디에 돈주머니 불어난 문화재청…공사 시작도 못했다

입력 2021-08-25 17:49
수정 2021-08-25 18:45

문화재청이 청와대 주요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사업'을 수행하려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에선 청와대 눈치를 본 더불어민주당이 급하게 사업을 끝내려 예산을 필요 이상으로 불렸고, 여기에 문화재청이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9년 말에 '가야역사문화센터' 건립 사업에 예산을 총 42억 7000만원을 편성했다. 설계비 약 11억원과 공사비·감리비 30억원으로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부터 추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가야사 복원사업'을 내세웠다. 경남 김해에 지어질 가야역사문화센터는 가야역사를 조명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총 사업비로 약 300억원이 쓰인다. 부지 6066㎡(약 1833평)에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건축면적 1만 100㎡(약 3055평) 규모로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대규모 사업이지만 지난해 가야역사문화센터를 짓는 데 쓰인 돈은 문화재청이 편성한 예산금액 중 22%에 불과했다. 지난해 센터 건립 예산으로 42억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1년 동안 기초 설계단계만 마무리되며 9억 4600만원이 쓰였다. 공사와 감리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30억원)은 국고로 귀속됐다.

필요 이상 예산을 편성한 배경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화재청은 공사가 지연된 이유로 행정절차를 꼽았다. 총사업비관리제도에 따라 국가 예산 또는 기금에서 200억원 이상의 들어가는 건축사업을 전개할 때는 타당성 재조사 등 협의절차가 늘어난다. 설계 단계에서 최소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 기간을 예상하지 못하고 예산을 '실수'로 편성했다고 소명한 것이다.

문화재청의 해명이 합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문화재청은 지난해 필요한 예산으로 11억 8000만원만을 요구했다. 2019년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며 30억원 8700만원이 불어났다. 당시 이상헌·김영춘·안민석 더불어민주당의 세 의원이 요구한 것. 여당 의원들 입김에 예산이 늘어났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문화재청은 지난해에도 예산금액을 무리하게 편성했다. 올해 건립에 쓸 예산으로 75억 7000만원을 책정했다. 예정했던 금액인 42억 6000만원보다 78%나 증가했다. 부지에서 삽도 뜨지 못한 상태였지만 예산안부터 챙기려는 의도였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예산심사소위에 출석해 "2021년 초부터 공사 착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 내에 계획된 예정률에 따라 예산집행이 가능하다"라고 의사를 밝혔다.

장담과 달리 가야역사문화센터 공사장에서 삽 한번 뜨지 못했다. 착공일은 내년으로 미뤄졌고 공사기간은 연장됐다. 완공일도 2024년으로 밀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10억원 가량 편성됐던 예산은 사용되지도 못하고 22억원으로 감액됐다. 코로나19 창궐 후 2년 동안 쓰지도 못하는 사업안에 나랏돈 100여억원이 묶인 셈이다. 김예지 의원은 "대통령 관심사업이란 이유로 사용하지도 못할 관련 예산을 무리하게 증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