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제조 비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 신기술을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수소 제조에 폐유 잔사유 폐플라스틱 등을 쓰기 때문에 친환경적인데다 경제적이고 수송의 어려움도 해결한 기술이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GS칼텍스에 15년간 新공법 수소 공급 계약2015년 설립된 수소제조전문 기업 윈테크에너지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팀 플라즈마 공법의 수소 생산 기술을 활용해 이르면 2023년 늦어도 2024년부터 GS칼텍스에 15년간 수소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25일 밝혔다. GS칼텍스 등에 연간 1000억~1500억원씩, 15년간 총 1조5000억~2조2500억원에 달하는 수소 매출처를 확보한 것이다. 이 회사는 GS칼텍스 여수 공장 인근에 별도의 수소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하고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GS칼텍스는 공급받은 수소로 중질유를 분해해 휘발유를 만드는 데 쓸 전망이다.
보수적인 국내 정유 대기업이 새로운 수소 생산방식에 과감하게 도전한 것은 이 기술의 안전성과 뛰어난 원가 절감능력 때문이다.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보편화된 기술은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온·고압 상태로 만들어 주 성분인 메탄(CH4)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LNG가 점차 비싸지고 있는데다 고압 상태에서 수소를 수송하는 어려움 때문에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스팀 플라즈마 방식을 활용하면 현재 ㎏당 8000원인 수소 판매 비용을 45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폐유 잔사유 재활용...수소값 8천원에서 4500원으로이 방식에선 물이 주 원료다. 물을 끓여 나온 수증기에 마이크로웨이브(전자파)를 쏘면 짧은 순간 수증기가 플라즈마 상태가 되면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이때 재빨리 탄소(C) 성분이 들어간 폐유 잔사유 폐플라스틱가루 등을 주입시켜 산소와 결합시키면, 수소만 남게 되는 원리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폐기물 처리나 매립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대란’ 등 환경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데다 플라즈마가 되면서 발생한 열을 수증기를 만드는 데 재활용하기 때문에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이 기술을 개발한 후 국내외 특허를 취득했고, 현재 캐나다 등엔 로열티를 받고 기술 수출을 협의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특허청이 주최하는 수소기술 경진대회에서 최근 우승하기도 했다.
박정철 윈테크에너지 대표는 “GS칼텍스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관련 기업들도 인정한 기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2040년까지 목표로 내세운 수소 가격(kg당 3000원)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50평짜리 미니 수소생산공장을 곳곳에...아직 수소가 비싼 이유는 운송의 어려움 때문이다. 보통 수소를 생산기지에서 소비지역으로 운송하기위해선 압축해서 운송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수소 제조 비용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시장에선 수소를 섭씨 영하 252.7도의 극저온 상태가 액화시켜 옮기는 방식과 수소를 질소와 결합해 암모니아 상태에서 운송한 뒤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술과 가격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 회사는 수소를 운송하는 대신 수소생산시설을 소규모로 곳곳에 설치하는 ‘친환경 분산형 수소생산기’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해 이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스팀 프라즈마 공법을 활용하면 50평의 소규모에서도 연간 50억원 규모로 하루 283대의 수소차를 충천할 수 있는 분량의 수소 생산시설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시범사업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미국 등에 수소 설비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수소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