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공동 부유'를 강조하자 중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이 잇따라 거액 기부에 나서고 있다. 당국의 반독점 규제 등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 빅테크들은 '자발적' 기부까지 강요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25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사인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는 24일(미국 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100억위안(약 1조8000억원)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 조성 계획을 내놨다. 농업과학기술기금은 농촌 지역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도농 격차는 빈부 격차와 더불어 사회 양극화의 핵심 문제 중 하나다. 이번 기부 계획 발표는 시 주석의 '공동 부유' 캠페인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핀둬둬는 매출 규모에선 알리바바, 징둥에 이어 중국 3위, 실제 구매자 수에선 1위다. 지난 1년간 실제 구매자 수는 8억4990만명으로 알리바바의 8억2800만명을 제쳤다. 2015년 창업해 업력이 짧지만 2·3선 도시와 농촌 등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저가 공세를 펼쳐 회원 수를 빠르게 늘렸다.
핀둬둬는 이제 막 흑자 전환을 기대하는 단계여서 당장 100억위안에 달하는 큰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핀둬둬는 지난 2분기 24억1500만위안의 순이익을 냈다. 핀둬둬는 창사 이래 2020년 3분기에 분기 기준 첫 흑자를 냈고 이번에 두 번째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차이신은 핀둬둬가 향후 이익 중 상당 부분을 이번에 약속한 농업 기부에 쓰게 된 것과 관련해 "2분기 이익을 냈지만 지속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수익 구조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핀둬둬의 거액 사회 기부 약속은 중국 공산당이 '공동 부유' 목표를 전면에 앞세우면서 기업과 부유층의 '사회 보답'을 요구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7일 시 주석 등 핵심 지도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연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분배의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공동 부유' 목표를 전면화했다.
당 지도부는 이 회의에서 "고소득 계층에 대한 조절을 강화해 법에 따른 합법적 소득은 보장하면서도 너무 높은 소득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고소득 계층과 기업이 사회에 더욱 많은 보답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분배 등 실행 방안도 내놨다.
회의 결과가 발표된 18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500억위안(약 9조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안팎에서는 당국이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민영 기업 규제와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이 공산당이 요구한 '사회 보답'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 속에서 중국의 빅테크들은 당국의 '공동 부유' 전면화 이전부터 이미 거액의 사회공헌 계획을 내놨다. 홍콩 명보는 자체 분석 결과 지난 1년간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핀둬둬·메이퇀·샤오미 등 6대 빅테크가 총 2000억홍콩달러(약 30조원)를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