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비판 거세자 뜬금 '전원위 소집' 카드 꺼낸 與

입력 2021-08-25 13:24
수정 2021-08-25 13:43

언론중재법 개정을 두고 '언론 재갈물리기'라는 국내외 비판이 거센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원위원회 소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미 의석 과반을 차지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는 여당이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것을 두고 '입법 독재' 비판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전원위원회 소집요구 의사가 있다는 걸 의장과 야당 원내대표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전원위원회는 주요 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이나 상정된 뒤에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해 의안을 심사하는 회의를 말한다.

법안의 단독 처리가 가능한 민주당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사례를 비춰봐도 집권여당이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2003년 이라크전쟁 파병동의안을 논의한 16대 국회에서도 전원위원회는 파병에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 일부가 요구했다.

민주당이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것은 '여론전'을 통해 비판을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언론중재법 반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검토한 국민의힘에 맞서 찬성 필리버스터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소수 정당의 의견 개진을 위해 도입된 필리버스터까지 나설 경우 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여당 단독으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인다면 '입법 독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야당 의원 참석을 전제로 하는 전원위원회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처리 명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언론중재법과 관련해서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 수고를 야당에 끼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원위원회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원위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이 법이 본회의에 상정됨과 동시에 필리버스터보다 전원위가 먼저 열리게 된다"며 "전원위에서 그간 여야가 정쟁을 벌이느라 제대로 하지 못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전원위에서 왜 우리 당이 법안을 추진하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겠다"며 "그 법에 보강할 부분이 있으면 보강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전원위원회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열 수 있다. 재적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해 출석 의원 과반 찬성하에 의결이 가능하다. 결국 민주당 단독으로 전원위원회 소집 및 개회, 의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당초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언론중재법이 이날 새벽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법사위 통과 당일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할 수 없다는 국회법에 따라 민주당의 계획이 틀어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