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우려 때문?"…'빚투' 주식했다가 밤잠 설친다

입력 2021-08-25 10:44
수정 2021-08-25 10:45


연초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린 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반대매매 물량이 급증하게 되면, 주가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인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25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6거래일 연속 25조원대를 기록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등하자 시장에서는 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32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2% 가까이 빠지면서 3130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도 1.7% 내리며 1010대까지 주저 앉았다. 동학개미 빚투 현상 과열…테이퍼링 등 조정요인 상존증시 조정 요인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 가능성이 꼽힌다. Fed가 지난 18일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오는 27일 개최 예정인 잭슨홀 미팅에 주목하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요 국가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을 초빙해 와이오밍주 휴양지 잭슨홀에서 개최하는 회의다. 일각에선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증시의 조정폭이 예상보다 크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당장 반대매매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개인들은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다른 종목을 손절매해 대출을 갚는 상황이 빈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연이은 투매로 증시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9조6000억원)보다 4조원 이상 늘어난 13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2조원 가까이 늘면서 11조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대성홀딩스(12.02%)로 집계됐고, 콤템시스템 10.78%가 2위, 까뮤이앤씨(10.68%), SK케미칼우(9.96%), 에이플러스에셋(9.76%)가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선 선광(13.64%), 비트컴퓨터(11.75%), 빅텍(11.05%), 아이텍(11.01%), 프럼파스트(10.84%) 순으로 나타났다. 빚투 경고음, 증권사 증권담보대출 일시 중단최근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중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늘어나는 빚투에 따른 대책으로 풀이된다. 주식담보대출은 적용된 담보 비율 이상으로 계좌 내 평가액을 유지해야 하며 담보 비율 이하로 평가액이 떨어지면 대출기관이 반대매매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3일부터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에 대한 예탁증권담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신용공여 한도 소진에 따른 담보대출 서비스 중단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입장이다.

NH투자증권도 같은 이유로 지난 12일부터 신규 증권 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다만 두 증권사 모두 매도 담보 대출은 가능하며, 보유한 대출 잔고는 요건을 충족할 경우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신용공여 한도를 지키기 위해 신규 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는 가끔 있었다.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신용공여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이번에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한 증권사 역시 최근 늘어난 빚투로 인해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Fed 정책 불확실성과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요인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 융자를 통한 주식 매수는 주가가 상승하면 시장 수익률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일반적인 현금 거래에 비해 위험한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테이퍼링 이슈와 관련해선) Fed의 역할은 파티가 한참 흥겨워지면 술판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Fed 최대 목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기에, 이번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