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양유업 놓고 '화우 vs. 엘케이비' 소송전 가나

입력 2021-08-24 21:44
수정 2021-08-24 21:46
≪이 기사는 08월24일(21: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의 홍원식 전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의 소송을 대비해 로펌 LKB앤파트너스(엘케이비)를 변호인으로 선임하자 한앤코도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맞불'을 놨다. 양측 다 공식적으론 "원만한 계약 이행을 위한 합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지만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는 게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로써 남양유업 인수전은 화우(한앤코)와 엘케이비(홍 전 회장)간의 소송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 딜에서 매수측(한앤코)과 매도측(홍 전 회장) 모두의 M&A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은 불가피하게 두 손을 놓고 소송전까지 갈지 지켜봐야 할 입장이 됐다.

24일 법무법인 화우는 "화우가 남양유업 M&A 관련해 한앤코측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홍 전 회장이 엘케이비를 선임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곳의 로펌과 물밑 접촉 끝에 화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로펌의 A 변호사는 "화우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법인(DICC) 관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는 등 소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이 주효했다"며 "특히 다양한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딜을 통해 민감한 M&A를 잘 성사시킨 경험까지 보유한 것이 화우의 강점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직 홍 전 회장 측이 소송을 제기하진 않았지만 양측이 모두 소송을 대비해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데 M&A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결국 홍 전 회장이 원하는 건 이미 계약한 3100억원보다 더 비싼 값에 파는 것 아니겠냐"며 "그럼에도 홍 전 회장 측이 한앤코에 협상을 위한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건 소송까지 가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이 일단 변호인과 함께 소송시의 유불리를 검토하는 단계로 안다"며 "화우와 엘케이비 모두 소송에 강점이 있는 로펌으로, 소송시 양측간 대결도 볼 만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홍 전 회장 측은 엘케이비를 선임했다는 본지의 단독 보도에 대해 "소송을 대비한 것이 아니라 계약이행과 관련된 일부 업무에 대한 법률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엘케이비는 M&A 계약을 전혀 자문하지 않는 소송 전문 로펌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로펌 B 변호사는 "엘케이비가 소송만 전담하는 로펌이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인데 저렇게 말하는 속내를 알 수 없다"며 "정말 계약이행을 원한다면 한앤코와 협상을 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 홍 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한앤코에 3100억원에 매각키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매각 관련 안건을 승인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가 예정됐던 7월30일 홍 전 회장이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계약 이행은 불발됐다. 현재 한앤코측은 계약 이행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