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우려와 반발에도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의료계가 ‘헌법소원 제기 불사’를 외치며 강하게 반대하는 법이 본회의에서 그대로 의결될지, 설령 통과된다 해도 보편적으로 준수되는 법이 될지 의구심이 앞선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의료계 차원을 넘어 사회적 논쟁거리였다. 법 제정 여부로 수년을 끌어온 터여서 쟁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수술실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빚어진 ‘대리 수술’, 성추문, 의료과실 은폐를 예방하면서 환자 권익을 지키자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최고 전문가 집단에 속하는 의사들의 이런 행태가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료계 얘기는 또 다르다. 의료계도 걱정하는, 어쩌다 빚어지는 일부의 일탈 때문에 감시형 CCTV를 획일적으로 설치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CCTV를 달면 의료행위는 소극적·방어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환자 신체도 무방비로 찍히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회피하려는 의사가 나올 수 있다는 반론도 엄살로만 보기는 어렵다. ‘CCTV 만능에 빠진 대한민국’이란 의사협회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
보다 근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타인에 대한 전면적 감시·간섭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타인의 직업 및 일상활동과 그런 공간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 법적 양심에 기반한 법원 영장 없이는 국가권력도 함부로 감시·개입할 수 없어야 본원적 자유와 기본권이 보장된다. 나의 자유와 인권이 중요하면 타인의 권리도 그만큼 중요하다.
의료계 일각의 일탈적 행위는 기존 형사법 체제로도 대응할 수 있다. 우범지대에 설치하는 CCTV는 유용성이 있지만 무분별한 확대는 특정 직군을 잠재 범죄시할 위험도 있다. 이런 식이면 초·중·고 교실, 대학 강의실, 군대에도 설치하자는 말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판옵티콘(원형 감옥)’ 감시시스템이 착착 구축돼 빅브러더 사회로 갈 수 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Hodie mihi Cras tibi)’라는 서양 금언을 되새기며 보편적 인권과 자유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때다. 그런 가치를 수호하는 것도 국회의 중요한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