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604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0조원은 청년 지원 사업에 쓴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청년에게 월세를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 장병이 전역할 때 최대 1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복귀지원금 제도도 신설한다. 대학등록금 지원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일각에선 지난 보궐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린 20대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605조 또 슈퍼예산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 발언에서 “(내년엔)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 604조7000억원보다 조금 더 증가한 규모의 위기 극복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는 604조9000억원 정도를 담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내년도 예산이 605조원 안팎으로 편성되면 올해 본예산(558조원) 대비 8.5%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본예산만 600조원 넘게 편성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코로나19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자는 데 당정이 뜻을 모았다”고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회의에서 “재정의 확장 기조를 견지하겠다”고 했다. 지난 4년간 ‘슈퍼 예산’을 편성해온 정부가 내년 예산 역시 크게 늘리기로 하면서 현 정부의 연평균 예산 증가율은 10%대를 돌파(10.21%·추경 포함)하게 됐다. 증가율이 연 4~6%대였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했을 때 예산이 불어난 속도가 훨씬 빠르다.
청년대책에만 20조원 투입당정은 내년 예산안에서 청년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청년종합대책에만 20조원 넘는 돈을 쏟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청년채용장려금을 신설하고,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청년에겐 무이자 월세대출을 지원한다. 군 장병 봉급은 병장 기준 현행 60만9000원에서 67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전역 시 1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준비금 제도도 추진한다. 3(장병) 대 1(정부) 매칭형으로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식이다.
교육·돌봄 예산도 확대한다. 매월 10만원인 아동수당 지급 연령은 만 7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한 살 올라간다. 온·오프라인 학습에 쓸 수 있는 연 10만원 특별지원 바우처도 도입된다. 한부모 가정에 지급되는 지원금은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된다. 소상공인 예산도 늘어난다. 손실 보상법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금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이 반영된다. 저신용 소상공인에 긴급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금융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예산으론 2조5000억원이 잡혔다. 탄소중립 경제 지원을 위한 2조5000억원 규모 기후변화 대응기금도 새로 설치된다. 등돌린 2030 공략 나서나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와대,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수립한 ‘청년특별대책’을 보고받았다. 기초·차상위 가구 대학생의 장학금 지원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과 중위소득 200% 이하 다자녀 가구의 셋째 이상 대학생, 기초·차상위 가구의 둘째 이상 대학생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중산층은 반값 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에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며 “내년 예산안에 반영돼 청년들이 바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와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장병 월급 인상과 주택자금 지원 등 20대를 겨냥한 정책이 중점 예산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청년층 이탈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20대 지지율은 27.1%로(23일 리얼미터 발표 기준) 국민의힘 20대 지지율(38.7%)에 크게 못 미친다.
아동수당 대상 확대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을 늘린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단순한 지원금 살포만으론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내년도 예산안은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된다.
고은이/임도원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