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교육' 받았지만…8명 중 1명은 휴·폐업

입력 2021-08-24 18:01
수정 2021-08-25 01:14

정부에서 예비 소상공인 창업자를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받은 창업자 8명 중 1명은 휴·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금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창업 업종의 다각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폐업한 창업자 매년 급증 2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한 창업자 802명 가운데 12.7%인 102명이 7월 말 현재 휴·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를 졸업한 휴·폐업 창업자는 2018년 4명에서 2019년 30명, 2020년 44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올 들어 7월까지 24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방역조치 강화로 올해 폐업은 작년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종별 창업자 분포는 도·소매업이 46.7%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16.2%), 음식·숙박업(13.7%) 등이 뒤를 이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2015년 시행된 정부의 대표적인 소상공인 창업 교육 사업으로 이론 교육, 점포 체험 실습 등을 총 5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창업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급한다. 최근 4년간 1169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이 가운데 75.5%인 883명이 총 168억5700만원을 지원받았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창업 교육, 멘토링, 체험점포 운영 등으로 투입한 한 해 예산만 지난해 166억원이었다. 올해는 13%가량 늘어난 189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정부 사업임에도 폐업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영향도 컸지만 정부의 느슨한 심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소상공인은 “강한 사업 의지 없이 정부 예산만 타내려는 목적으로 접근하는 소수의 ‘모럴해저드 창업자’가 많은데 정부가 이를 잘 걸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엄격한 심사 없이 실적 채우기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제도를 운용하는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출신 창업자의 영업유지율이 일반 창업자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이 사업을 통한 창업 준비가 도움이 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과밀 업종인 음식점업 창업을 제한하고 심사를 대폭 강화한 한편 중간 평가 과정도 넣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혈세가 투입된 만큼 폐업률을 더 낮추고 창업 업종을 다각화해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폐업 더 늘어날 듯전문가들은 소상공인 폐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이 5년간 41.6% 급등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중기부에 따르면 올 1~7월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1만212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세 배 늘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전국 상가 점포 수 역시 올 2분기 222만 개로 작년 동기(256만 개) 대비 34만 개(13.5%) 감소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28만 명으로 31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 6.1%(8만3000명) 줄었다.

소상공인업계에 이어 내수 기업 비중이 90%인 중소기업계에서도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중기연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소 도·소매업종 취업자는 325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 줄어 43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중소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213만6000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갔고 중소 제조업 취업자 역시 1.4% 줄어들며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과거엔 중소기업 일자리 비중에서 도·소매업, 제조업, 숙박·음식점업이 가장 많았지만 이제는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보건·사회 분야 일자리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