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농심·오뚜기…식품株 강세 '주재료' 된 가격인상

입력 2021-08-24 17:28
수정 2021-08-25 00:45
작년 하반기부터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 우려에 발목이 잡혀 있던 식품주가 동반 상승 중이다. 제품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을 일부 덜어낸 데다 그간 치솟던 농산물 가격이 고점을 통과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24일 오리온은 5% 오른 12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등을 통해 해외법인의 일부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진 뒤로 3거래일간 9% 올랐다.

지난 23일 오리온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법인은 다음달 1일부터 파이 4종의 가격을 6~10%, 러시아 법인은 10월 1일부터 전 품목의 가격을 약 7%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설탕, 밀가루, 코코아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국내와 베트남 법인은 각종 비용 효율화 작업을 통해 제품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그간 쌓아온 견고한 브랜드 파워를 감안하면 시장 점유율 하락 없이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반기 중국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나란히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한 라면 3사도 주가가 모두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이날 농심은 2.87%, 오뚜기는 4.14%, 삼양식품은 1.99% 올랐다. 작년 ‘사재기’ 역기저 효과에 따른 2분기 실적 쇼크로 이달 들어 주가가 다소 눌려 있었는데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에 주가가 반등한 것이다.

이달 16일부터 라면 전 제품 가격을 평균 6.8% 올린 농심은 이번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연간 약 900억원 추가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00억원 이상 추가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추산이다.

그간 실적을 짓누르던 원자재 가격 상승세도 누그러질 전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제1변수는 글로벌 기후”라며 “향후 1년간 라니냐, 엘리뇨 등 기상 이변은 부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3대 곡물 중 옥수수와 대두는 이미 5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며 “소맥(밀)은 4분기 겨울 작황 개선 시 추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식료 산업의 경우 한 번 오른 제품 가격은 다시 인하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하반기 이후 제품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최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까지 하락했다”며 “저가 매수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