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관련자보상법에 따라 지원금을 받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따른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사건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1·2심 "보상금 지급하며 재판상 화해... 국가 상대손배소 청구 안돼"A씨는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서울에 뿌리려 한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후 정부는 1994년 5·18 보상법에 따라 A씨에게 998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A씨는 이와 별도로 2010년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무죄 판결을 근거로 "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구금되고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A씨가 1994년 정부로부터 지원금 보상을 받아 더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5.18 보상법에 따라 신청인이 보상금 지급에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재판상 화해에 의한 분쟁 해결은 확정판결의 효력이 있어 피해자는 더이상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민법상 장기소멸 시효도 넘겼다는 판단이다. A씨가 구금 상태가 끝난 뒤로부터 30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해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민법상 장기 소멸시효도 넘겼다는 것이다.
판단 뒤집은 대법... "5.18 보상금, 정신적 고통 고려 헤아리지 않아"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근거로 A씨가 지원금을 보상받았어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정부의 지원금 보상에는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원금 보상을 받으면 손배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5·18 보상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법 재판부는 "장기소멸 시효를 적용해 A씨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A씨의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이 명시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해당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재심 판단이 난 시기 부터 단기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A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첫 판시"라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