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 해외의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견제 조치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반(反)빅테크 전략을 고수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한국이 인앱결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최초의 나라가 된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응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입법 절차에 박차를 가했다. 이 개정안은 오늘 법사위에 상정된다.
인앱결제는 구글과 애플 등이 자체 개발한 결제 시스템으로만 앱 내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내려받은 앱으로 콘텐츠를 구매하면 약 30%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비용과 산업 종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빅테크 규제 이어갈까, 자국 기업 보호할까
지금까지 바이든 정부는 빅테크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에 나서왔다. 특히 빅테크들의 독과점 관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나섰다. 지난 7월 "독과점 업체들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관용은 더는 없다"며 직접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반독점 인사들의 임명도 잇따랐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수장으로 '아마존 저격수'라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으로 '빅테크 비판론자'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 그리고 미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임명하며 '반독점 삼각편대' 구축에 힘써왔다. 한국이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행보다.
하지만 NYT는 해외에서 이뤄지는 독점 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이 동일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발표한 미 정부의 2021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도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미국 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해 향후 무역 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포함됐다. 보고서는 다만 이 법이 양국 간 통상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통상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이 미국과 한국 사이의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구글과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그런 의견이 있었다"며 "미국에 공식 입장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입장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과방위 소속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대사관이 해당 법이 초래할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를 전해왔다"고 했다.
바이든 대응따라...빅테크 기업·인터넷의 지형 변화 가능성↑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담당했던 웬디 커틀러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 법안과 관련해 미국에서 같은 반독점 현안이 논의되는 상황이라 한국의 협정 위반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공개 앱스토어 법안’이 이달 상원에서 발의된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NYT는 바이든 정부의 결정이 향후 산업계와 전 세계 인터넷 생태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빅테크 규제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르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은 구글과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자체 결제 시스템 강제 도입을 막는 최초의 나라가 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