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스포티지는 한국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차다. 해외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을 빌려 차를 개발하던 1993년 기아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첫 사륜구동 모델이다. 1993년부터 꾸준히 판매되는 국산 SUV 최장수 모델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기아 모델 중 글로벌 누적 판매 600만 대를 처음으로 돌파한 차량이기도 하다. 6년 만에 화려한 변신
기아는 이런 스포티지를 6년 만에 완전변경해 지난달 시장에 내놨다. 최장수 모델의 화려한 변신에 소비자들이 먼저 반응했다.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난달 6일 첫날에만 1만6078대, 19일까지 2주 동안 2만2195대가 예약됐다. 첫날 사전예약 기준으로는 국산 SUV 중 쏘렌토 4세대(1만891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 18일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더 올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타고 경기 하남도시공사에서 경기 여주 황학산수목원까지 128㎞를 주행했다. 이번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연비와 정숙감이다. 2륜 구동 17인치 타이어 기준 연비는 L당 16.7㎞다.
에코 모드로 시속 60㎞로 주행하면 전기모터 작동을 알리는 ‘EV 표시등’이 나타난다. EV 주행 때뿐 아니라 고속 주행을 할 때도 정숙감이 뛰어났다. 진동이 적을뿐더러 외부 소음도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국내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이라이드는 스포티지의 승차감을 높이는 주된 기능이다. 이라이드는 과속방지턱 등을 통과할 때 차량의 운동 방향과 반대로 관성이 발생하도록 모터를 제어한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붙잡아준다는 얘기다. 그 덕분에 요철을 통과할 때 차량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등 쾌적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주행을 바꾸니 계기판이 붉은색으로 변했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쉽게 가속이 됐다. 커진 크기, 넓어진 실내
외관은 기존 스포티지와 완전히 달라졌다. 양옆으로 길게 이어졌던 주간 주행등은 얇은 부등호 모양(><)이 눈에 띄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전 모델에선 외관에 대해 혹평이 많았으나 이번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단순한 구조로 개선됐다는 평가다.<br />
신형 스포티지의 과거보다 커진 크기와 넓어진 실내공간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전장은 4660㎜, 전폭 1865㎜, 전고 1660~1680㎜, 축거는 2755㎜다. 이전 모델보다 각각 175㎜, 10㎜, 15㎜, 85㎜ 길어졌다. 중형 SUV인 쏘렌토의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전장(140㎜ 차이) 외엔 비슷한 수준이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거는 스포티지가 25㎜ 짧다.
실내엔 각각 12.3인치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연결돼 있다. 국내 준중형 SUV 중엔 최초로 적용돼 고급 세단과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 이 덕에 각도에 따라 화면이 왜곡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대시보드 높이를 낮춰 시야를 넓게 볼 수 있게 했다. 차량 앞 유리에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적용되지 않았다. 뒷좌석에서는 앞열 좌석 뒤쪽에 C타입 USB포트를 넣어 스마트폰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다.
신형 스포티지 1.6터보 하이브리드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은 기준으로 3109만~3593만원이다. 각각 2442만원, 2634만원부터 시작하는 가솔린·디젤 모델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편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