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株, 반등하나 싶었는데…노사분쟁에 발목잡힌 HMM

입력 2021-08-24 09:20
수정 2021-08-24 09:21


조정기를 거쳤던 해운기업 주식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해상운임이 오르고 해운 업황은 호황을 지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HMM이 노사 문제가 휩싸이면서 반등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MM은 2.23% 하락한 3만7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대한해운은 5.91% 상승한 2865원을, 팬오션은 6.68% 오른 8140원을 각각 기록했다.

HMM은 장중 강세 흐름을 보이며 오전 한 때 1.44% 상승한 3만875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보합권에 머물렀다. 장 막판인 오후 2시38분께부터 주가가 밀렸다. HMM 해원노조의 파업찬반투표에서 투표자의 92.1%가 파업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해원노조 측은 다음날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MSC에 입사지원서를 낼 계획으로 전해졌다. MSC는 최근 공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그 일환으로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HMM 선원들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집단 하선과 함께,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명서를 제시하지 않은 하역·작업 인부의 승선도 거부할 예정이다. 육상노조도 오는 30일 파업찬반투표를 할 계획이다.

HMM 육상직원들의 연봉은 작년까지 8년 동안, 해상직원들은 6년동안 각각 동결됐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인한 해운업 위기 이후 정부로부터 수조원의 지원금을 받아 살아남았지만, 작년 1분기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해상운임이 치솟았고, 때마침 HMM이 정부 지원으로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을 잇따라 인도받았다. 그러면서 작년 2분기부터 분기당 수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1분기에 1조193억원, 2분기에 1조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해상운임은 고공행진중이다. 당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 해상운임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4% 상승한 4240.18로 1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전인 2019년 평균(958.57)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다.

해상운임은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해 주요 항만이 봉쇄된 영향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세계 3대 컨테이너항인 중국 닝보 메이산 항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12일 부분 폐쇄됐고, 이는 닝보항 전체 물동량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부분폐쇄로 인해 다른 주요 중국 항구의 혼잡도 악화와 각국 선박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과 해상운임 시황이 모두 고공행진 중이지만, HMM이 대폭으로 임금을 임상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자칫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뒤 돈잔치를 벌이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임금협상이 끝내 파국으로 치달으면 수출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HMM은 작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수출 물류 대란을 완화하기 위해 수차례 추가선박을 투입해왔다.

노무 악재에 휩싸인 HMM과 달리 벌크선사들은 해상운임 고공행진의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벌크선 운임의 상승세는 컨테이너선 운임 상승세보다 가파르다. 발틱건화물지수(BDI)는 전주 대비 14.8% 상승한 4092로 4000선을 돌파했다. 운임이 상승한 상황에서 새로운 계약을 맺으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양지환 연구원은 팬오션에 대해 “2분기에는 시황 대비 낮은 운임으로 계약한 화물 계약 수행으로 기회 손실이 발생했지만, 3분기부터는 시황 상승의 온전한 수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