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컵으로 남편 채권자의 머리를 내리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6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유리컵으로 상해를 가한 피고인의 손에서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고, 맥주컵에 피해 남성의 지문이 남은 점이 사건의 변곡점이 됐다.
23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A씨(62·여)는 2019년 7월 오후 7시5분께 자신이 운영하는 전북 군산시 한 술집에서 남편의 채권자인 B씨 머리를 두 차례 맥주컵으로 내리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당신 남편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가게에서 버텼고, 이때 A씨가 B씨의 멱살을 잡고 맥주컵으로 머리를 두 차례 때렸다는 게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다.
앞서 1심에서는 B씨의 진술과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의 항소로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 제3형사부(고상교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번 사건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의 유죄를 무죄로 뒤집었다.
특히, A씨의 말끔한 손과 맥주컵 안쪽에서 발견된 B씨의 지문에 주목했다. 피해자 진술대로라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유리컵으로 내리치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상처를 입었어야 하는데 A씨의 손바닥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어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일방적 폭행 사건에 사용된 범행 도구에서 피해자 지문이 발견되기 쉽지 않다고 봤다. 피해자는 긴 유리조각으로 짧은 유리조각들을 끌어 모으다가 지문이 남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폭행을 당해 경황이 없었을 피해자가 가게 바닥 청소를 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오히려 'B씨가 유리컵 조각으로 자해를 했다'는 A씨의 설명이 이 상황에 더 부합한다"면서 "사건 발생 일주일 전 B씨는 A씨 남편에게 '난 오늘 죽는다' '같이 죽으면 좋을 텐데'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해 협박을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유죄를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