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새로움' 택한 서울시향 vs '진중함' 내건 KBS교향악단

입력 2021-08-23 17:52
수정 2021-09-30 11:44
신선한 도전과 묵직한 진중함. 국내 양대 교향악단이 색채가 뚜렷이 대비되는 선택을 했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같은날 서로 다른 콘셉트로 음악회를 열어 관객들과 마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를 앞세워 아직은 낯선 현대 음악을 선보인다. KBS교향악단은 거장 지휘자 정명훈을 객원으로 초빙해 진중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서울시향은 오는 26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2021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와 윤이상’을 선보인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은 윤이상의 ‘관현악을 위한 전설: 신라’와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달아 연주한다. 피날레는 베토벤의 ‘교향곡 7번’으로 장식한다.

벤스케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고전·낭만파 음악 대신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만년에 썼던 곡들을 선택했다. 윤 작곡가는 1992년 관현악곡 ‘신라’를 작곡한 뒤 “이 곡은 밤의 음악”이라고 자평했다. 작품의 ‘몽환성’을 핵심 특징으로 꼽은 것이다. 작품 속 관악기 떨림은 국악기 피리 소리가 연상된다. 한 음을 모든 악기가 길게 끄는 주법도 독특하다. 바이올린 협주곡 3번(1992년 작곡)에도 국악기 연주법이 담겨 있다. 국악과 클래식을 유려하게 엮었던 윤이상의 작곡법이 드러난 레퍼토리들이다.


특히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1)와 호흡을 맞췄다. 윤이상의 작품은 주법이 특이하고 해석하기 어려워 오랜 경력의 연주자조차 까다로워하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기용이다. 박수예는 국제콩쿠르 우승 경력은 없지만 유럽에서 인정받는 연주자다. 2016년 16세에 고난도 기교를 요하는 것으로 유명한 니콜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전곡(24곡)을 녹음했다. 지난 6월 그가 발매한 음반 ‘세기의 여정’은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에서 ‘이달의 음반상’을 받았다. 박수예는 공연에 앞서 “처음 이 곡을 듣고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음악’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거문고, 가야금 등 무수히 많은 국악기 선율을 품은 작품인 만큼 한국인이라는 장점을 살려 연주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예 연주자와 현대음악을 앞세운 서울시향과 달리 KBS교향악단은 거장들과 함께 무게감 있는 무대를 꾸민다.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정기연주회 무대는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게릭 올슨을 앞세운다.


지휘자 정명훈은 파리 바스티유오페라극장, 로마 산타체칠리아오케스트라 등 명문 악단의 음악감독을 거치며 명성을 쌓아왔다. 2011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훈장인 ‘코망되르 레종 도뇌르 훈장’을 탔고, 2013년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시로부터 ‘평생음악상’을 탔다. 그와 호흡을 맞출 피아니스트 올슨은 1966년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중 하나인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4년 뒤인 1970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거장 반열에 올랐다. 꾸준히 음반을 발매해온 그는 2008년 그래미어워드에서 ‘최고의 기악 솔로 연주상’을 탔다.

두 거장은 관객들에게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사한다. 슈만이 평생의 연인인 클라라 슈만에게 헌사한 곡이다. 선율은 달콤하지만 연주자에겐 고역이다. 슈만은 생전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의 실력을 믿고 이 곡을 작곡했다. 평생 독주자에 관한 고민으로 협주곡 쓰기를 망설였던 슈만이 유일하게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피아노 독주가 오케스트라와 때론 대화하듯, 때론 대결하듯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