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가르치는 '코치' 변신한 윤동준·김병헌 前 CEO

입력 2021-08-23 18:02
수정 2021-08-24 01:02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내가 이 분야 최고다’라는 생각을 갖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옳다는 그릇된 생각에 빠지기 쉽죠. 그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점을 달리 볼 수 있게 해주는 ‘생각 파트너’인 코치가 필요합니다. 우리들이 코치로 뛰는 이유입니다.”

30년 이상을 보험업계와 철강·에너지 분야에 각자 몸담아온 김병헌 전 KB손해보험 대표와 윤동준 전 포스코에너지 대표. 두 사람은 요즘 ‘코치님’이라는 다소 낯선 직함으로 더 자주 불린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코칭경영원’이라는 기관에서 기업 CEO,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자 코칭’ 과정을 맡고 있어서다. 이들의 코칭을 거쳐간 기업 CEO·임원만 500명이 넘는다.

최근에는 코칭경영원에서 함께 파트너코치를 맡고 있는 박명길 전 포스메이트 대표, 조남성 전 삼성SDI 대표, 김대희 전 삼성 멀티캠퍼스 대표 등 5명이 공동 집필한 《CEO 출신 코치들의 경영자 코칭》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집필 기간만 1년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탄탄한 연구를 거쳤다.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전 대표, 윤 전 대표는 “CEO들에게 시대 변화에 부합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생각으로 책을 출판하게 됐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CEO들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영계에서 내로라하는 전직 CEO 다섯 명이 어떻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 김 전 대표는 “코칭경영원에서 함께하면서 경영자들을 위한 책을 쓰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일찌감치 경영 코칭에 뛰어든 김 전 대표가 팀의 ‘리더’ 역할을 맡았다. 인적자원관리(HR) 분야 전문가인 윤 전 대표가 HR 혁신을, 김대희 전 대표가 ‘자기관리’를 주도 집필하는 등 각자 전문 분야도 나눴다.

윤 전 대표는 경영 코칭은 “해답을 제시하는 컨설팅과 달리 ‘생각 파트너’로서 영감을 주고 스스로 성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자에게 필요한 전략적 태도·마음가짐·사고방식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특히 CEO는 해당 분야의 ‘최고’인 만큼 코칭 방법도 깊이 연구할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표는 “단순히 경험에 의존한 ‘라떼 코칭’은 통하지 않는다”며 “CEO·임원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 스스로 방향을 잡고 실천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CEO·임원들에게 내주는 과제도 있다. ‘회의에서 질문을 몇 번이나 했는지 세어보기’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지 목표 적기’ 등을 내주기도 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이를 통해 CEO·임원들이 자기반성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CEO만이 품는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가 역할도 한다. 윤 전 대표는 “2세 경영자들은 특히 가업을 이어받는 것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며 “CEO는 외로운 자리인 만큼 부하 직원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사연을 코치들에겐 털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코치들은 최근엔 대학생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