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 13명에 대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위법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해당 의원들에게 강경 조치를 예고해 대거 출당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다만 앞서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위법 혐의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출당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당에 잔류한 터라 국민의힘 역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 이어 야당도 투기 의혹 대거 연루권익위는 23일 야당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국민의힘 의원 12명(13건)과 열린민주당 1명(1건)의 법령 위반 소지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 6월부터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정의당·열린민주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의원과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507명을 대상으로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1건), 편법 증여 등 세금 탈루 의혹(2건), 토지보상법, 건축법, 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의혹(4건), 농지법 위반 의혹(6건)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친족 명의를 빌려 토지와 건물을 매입·보유하거나 부동산 호재가 있는 지역의 농지를 매입해 불법 임대차한 사례 등이다. 열린민주당 의원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이번 발표에서도 앞서 민주당 조사 사례와 같이 의원 이름과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열린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서울 흑석동 상가를 매입한 김의겸 의원으로 전해졌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하는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통보했다.
여야 정당에 대한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로 촉발됐다. 국회의원들의 투기 의혹도 불거지자 민주당이 ‘부동산 내로남불’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먼저 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요청했고, 권익위는 지난 4월 부동산 거래 특별조사단을 공식 출범하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의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6월 민주당 소속 의원과 가족 12명을 위법 혐의로 특수본에 통보했다. 민주당이 “야당도 조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국민의힘 등은 6월 권익위에 조사를 자진 요청했다. 李 “강하게 대처”…출당 조치 취할까국민의힘 지도부는 위법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게 강경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TV토론에서 권익위 부동산 전수조사와 관련해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전격적으로 출당 조치를 언급했는데 저희도 그에 못지않은 판단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SNS를 통해 “제가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와의 회의 직후 “내일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어 사안을 검토한 뒤 처분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출당 등 강경한 조치보다는 의혹이 제기된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해당 부동산의 매각을 권고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부당이익을 어떻게 반환하고 환수하느냐도 국민 관심사”라고 말했다. 지역구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거나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동산 매각을 권고하는 방식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공세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만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에게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보다 강하게 원칙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왔다”며 “어떻게 할지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엄정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의혹을 받은 의원들을 탈당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탈당 조치가 이뤄지면 개헌저지선(101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104명이다.
민주당은 출당 권유를 받은 의원 12명 중 10명이 당에 남아 있다.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인 양이원영·윤미향 의원만 제명해 출당했다. 우상호·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 의원 등 다섯 명은 탈당계 제출을 거부했고, 김주영·문진석·서영석·임종성·윤재갑 의원 등 나머지 다섯 명은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형평성 문제로 처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조치라고 강조한 ‘전원 탈당 권유’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임도원/양길성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