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보내온 인하대 '학과 점퍼'…무슨 일이?

입력 2021-08-23 13:30
수정 2021-08-23 20:39

교육부의 대학 일반재정 지원대상(2021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한 인하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집회를 열지 못하자 입고 있던 학과 점퍼(과잠)를 벗어 캠퍼스에 진열하는 '과잠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20일부터 대학본관 앞에 진열되기 시작한 과잠은 우천으로 대강당에 옮기면서 급증하기 시작해 22일 오후 600벌이 넘었다. 방학을 맞은 이 대학 재학생들이 거주하는 부산, 광주, 제주, 울릉도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과잠은 이번주 1000벌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전승환 인하대 총학생회장은 “코로나19로 집회를 할 수 없어 과잠을 벗어두는 방식으로 교육부의 부실한 대학평가를 규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주말 자발적으로 국민청원·인천시청원에 이어 광화문 1인시위를 시작했으며, 23~27일 전광판이 설치된 트럭을 동원해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대학평가 기준과 결과 공개를 요구하기로 했다. 총장, 교수회 등은 지난주 긴급성명서를 발표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맘카페·지역시민단체들도 학생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등 인하대 부실대학 낙인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민청원은 23일 공감수 9400명을 넘어 답변요건 3000명 공감을 훌쩍 넘겼다. 인천시민 청원사상 최대 공감기록이다.

이 대학 교수회, 총학생회, 직원노동조합, 총동창회는 23일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규탄하는 공동행사를 대학 본관에서 가졌다. 교육과정 및 운영분야에서 67점을 받은 대학이 어떻게 졸업생 취업률과 학생충원율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은 “교육부가 진단평가를 제대로 했으면 평가기준과 평과결과를 당당히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하대는 이번 평가에서 졸업생 취업률, 학생충원율, 교육비 환원율(이상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으나 교육과정 및 운영개선에서 100점 만점에 67점, 구성원 참여·소통에서 72.3점을 받았다. 지난 2018년 같은 평가에선 각각 92.7점(교육과정 및 운영)과 100점(구성원 참여·소통)을 받아 상대적으로 점수가 급락했다. 학생들은 “3년새 같은 평가항목에서 20점 이상 떨어질 수 있나”며 평가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대학 측은 지난 20일 교육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이유를 알기 위한 평가결과가 제공되지 않아 깜깜이 이의제기가 되버렸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잠정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일반대 161개교와 전문대 124개교 등 285개교를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전국에서 일반대 25곳과 전문대 27곳 등 52개교가 미선정됐다. 수도권에서는 인하대, 성신여대, 성공회대 등 11개 대학이 탈락했다. 교육부는 일반재정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대학을 대상으로 이의신청을 받아 이달 말 최종 결과를 확정한다. 지난 두 차례(2015, 2018년)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