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마시고 놀아요. 밤새도록."
강원도 양양군에서만 10년째 택시를 운행 중이라는 A 씨(57)는 지난 22일 인구해수욕장에서 차에 탑승한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한 달간 수익도 폭증했다"며 "코로나고 뭐고 방문객이 계속 많기는 했는데 휴가 막바지라서 그런지 요즘에는 유독 더 손님이 몰려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양양군에 위치한 인구해수욕장의 밤은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해수욕장 폐장이 다가온 이 날 새벽 1시께 백사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음주를 즐겼다.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8명에 달하는 인원이 함께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백사장에 있던 인원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은 채 흡연을 하고 술게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벗어둔 마스크가 바닷바람 때문에 날아가 이를 쫓아다니는 방문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즉석만남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인파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함인지 아예 마스크를 팔에 걸고 다니기도 했다.
마치 야외 클럽을 연상케 한 스피커 앞에는 수십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특히 박재범의 '몸매(MOMMAE)'라는 곡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자 청춘남녀는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따로 허가를 받고 운영되는 DJ 부스가 아니었지만, 방문객들은 해수욕장 주변의 술집이 모두 12시가 되기 전 운영을 종료함에 따른 아쉬움을 이곳에서 마음껏 표출했다.
휴가 막바지 친구들과 함께 해수욕장에 방문했다는 B 씨(27)는 "서울에서는 2명 넘게 모일 수가 없는 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있지 않으냐"며 "사람들이 아무래도 상향된 거리두기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노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날 새벽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모습들이 모두 행정명령을 어긴 행위라는 점이다. 해수욕장 곳곳에 붙어 있는 '집합 제한 행정명령 시행' 카드에는 '야간(19시~익일 6시) 백사장에서의 음주, 취식 금지',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지만 이를 의식하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현재 양양군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며 클럽, 나이트 등 유흥시설과 식당은 자정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백사장에 5인 이상의 인원이 모여 술자리를 갖고 춤을 추는 등의 행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에 해당한다.
양양군 관계자는 "단속을 목적으로 군청 직원들이 인구해수욕장에 나가고 있지만 24시간 내내 상주하면서 지켜보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인구해수욕장 쪽에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새벽 당직자가 단속을 위해 출동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