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등 금융상품을 통한 이자·배당소득(금융소득)과 양도소득(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똑같은 금융상품에서 나오는 소득인데도 2000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돼 누진세율이 적용되고, 양도소득은 단일세율에 가깝게 분리과세되는 방식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두 소득을 통합해 과세할 경우 통합된 금융소득에 단일세율을 적용할지, 누진세율을 적용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누진세 체계가 불평등 해소에 꼭 적합하지만은 않은 것으로도 분석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금융소득 과세제도에 따른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부터 금융소득과 금융투자소득의 과세가 이원화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2023년부터 주식 양도차익 등 금융상품으로 실현한 모든 양도소득을 합산해 과세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중소기업에 투자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이 복잡하게 적용되던 기존 과세 체계가 단순화될 예정이지만, 이자·배당소득과는 여전히 과세 체계가 분리돼있어 문제라는 게 조세연의 지적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과세표준 3억원 이하의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선 20%, 3억원 이상에 대해선 25%의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반면 금융소득은 현행대로 2000만원이 넘으면 종합소득에 합산돼 6~42%의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에 대해선 14%(지방세 별도)의 단일세율이 분리과세되고 있다.
강동익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금융소득과 금융투자소득은 소득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자자가 하는 행위, 즉 '경제적 실질'이 같다"며 "금융소득과 금융투자소득은 효율성 측면에서나 형평성 측면에서나 궁극적으로 통합해 과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득과 금융투자소득을 일원화해 '통합금융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경우 정부는 통합금융소득에 대해 단일세율을 적용할 것인지, 누진세율을 적용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선택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단일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불평등 해소 등 과세 형평성을 위해 누진세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세연 분석 결과 통합금융소득에 대한 누진세 부과 방식은 단일세 부과 방식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뒤쳐지는 것은 물론, 형평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우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금융소득에 14%의 단일 세율을 적용할 경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차입제약' 가구 비율이 43%로 조사된 반면, 현행 6~42%의 누진세율을 적용할 경우 이 비율이 49.3%로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누진세 체계를 갖추면 유동성에 제약을 받는 가구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단일세율을 20%로 적용할 경우에도 차입제약 가구 비율(43.5%)이 누진세율을 적용할 때보다 낮게 나타났다.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일부 계층에 자산편중 효과도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득의 10배를 초과하는 자산을 보유한 가구 비율은 14%의 단일세율을 적용할 경우 1.4%, 20%의 단일 세율을 적용할 경우 1%로 조사됐다. 현행 누진세율을 적용할 경우엔 이 비율이 1.7%까지 올랐다.
강 부연구위원은 "현실 경제에서는 세제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다양해 단일세 체계가 누진세 체계보다 무조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통념과 달리 누진세 부과 방식이 단일세 체계보다 형평성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므로 정책을 입안할 때 통념에 따르기보다는 구체적인 제도별 사전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