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의 '돈줄 조이기‘ 조짐에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1800조원에 육박하는 빚더미가 가계를 옥죄면서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올 3월 말 가계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153조5910억원) 늘어난 1764조9979억원을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이다. 올 4~7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49조1000억원 늘었다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반영하면 지난 7월 말 가계신용은 1810조~1830조원으로 추정된다.
가계신용은 매분기 사상 최대 증가폭 기록(전년비 기준)을 갈아치우는 등 가계의 빚 증가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 공급을 줄이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가계의 빚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등은 Fed가 오는 11월부터 시중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Fed 잭슨홀 미팅(연례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테이퍼링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도 긴축 행보에 동참할 조짐이다. 이르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빨라진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억제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한은이 뒷받침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치솟는 물가도 금리인상론의 근거로 작용 중이다. 원자재·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올해 소비자물가가 2012년 후 처음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2%)를 돌파할 가능성도 높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향후 경기가 불투명한 만큼 한은이 금리인상에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하지만 시장금리는 금리인상 흐름을 선반영해 일찌감치 뜀박질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이다. 작년 7월 말(연 1.99∼3.51%)과 비교해 하단 기준으로 0.97%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이 한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비용은 11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85.5%로 7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수록 가계는 씀씀이를 옥죄고, 그만큼 실물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가계의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일찌감치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한은 금통위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면 과도한 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